NDC 현장에서 열린 RimWorld 개발자 Tynan Sylvester와의 대담. 게임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시스템, 인간의 도덕과 신념, 플레이어와 모더의 공동 창작에 대한 생각을 다룬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둘째 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RimWorld]의 제작자 Tynan Sylvester와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의 파이어사이드 챗이 진행됐다. 이번 세션은 개발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에만 엄격히 초점을 맞추기보다, 게임이 생성하는 서사와 시스템, 인간의 도덕과 신념, 그리고 플레이어와 모더의 공동 창작 과정까지 깊이 있게 다뤘다.
굳이 하나의 표현을 고르자면, 저는 '시스템 제작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은 사건이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전개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드는 것은 고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생성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해 흥미로운 서사를 빚어내며,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든 그에 따라 역동적으로 반응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이 역할을 정확히 설명하는 단어가 아직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확장팩의 순서를 확정해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샤워를 할 때든, 잠들기 전이든, 운전 중이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계속 적어 둡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그 아이디어 풀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강한지, 서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어떤 확장팩은 실제로 서로 다른 몇 가지 아이디어가 합쳐져 나온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무섭고, 가장 매혹적이며, 가장 강력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가장 복잡한 존재이기도 하죠. 저는 인간을 사랑합니다. 삶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성 안에는 어둠과 폭력도 있습니다. 그것 역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일부입니다. 인간을 현실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많은 면을 보고, 그것들을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게임은 어떤 행동에 대해 추상적인 차원에서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우주가 '이건 옳다' 혹은 '이건 틀리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은 단지 사람들이 특정 행동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묘사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식인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게임이 도덕적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표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Ideology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모델링하려는 시도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 점을 자주 잊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서만 의견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완전히 다른 것을 원할 때가 더 많습니다.
어떤 것들은 논리나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선호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회, 서로 다른 생활방식, 서로 다른 규칙을 원합니다. 많은 갈등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꽤 정확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항상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그냥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할 뿐입니다.
객관적인 도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면, 한 사람의 선호는 옳고 다른 사람의 선호는 틀리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판별할 명확한 시험은 없습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최종 답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찾아야 합니다.
전통적인 매체는 인과관계를 배열해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정답이다'를 쉽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기에 훨씬 더 자연스러운 매체입니다. 최종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도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탐색하게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언제나 하나의 올바른 답을 강요하려 한다면, 결국 컷신이나 미리 쓰인 서사를 통해 그 결론을 밀어붙여야 합니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무엇이 옳은가'를 말하기보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탐구하게 만드는 데 더 강력한 매체입니다.
저는 늘 게임은 감정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서 게임을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지는 것은 감정을 만들고,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도 감정을 만듭니다.
도덕과 금기를 건드리는 것 역시 강한 감정적 경험을 만듭니다. 플레이어가 식인 같은 것을 시도할 때,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시험하고 자기 양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색하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플레이는 단지 잔혹함을 즐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친구에게 '내가 이런 미친 짓을 했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유머의 한 형태이자 유대감을 만드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들을 게임 안에서 감정적으로 실험해 보는 것이죠.
흥미로운 설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금기가 사라졌다기보다 다른 층위로 이동했다고 봅니다.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신념을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현실의 자기 가치관과 적극적으로 충돌하는 신념 체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기본 RimWorld에서는 캐릭터들이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때문에 식인 공동체를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Ideology에서는 식인을 승인하는 신념 체계를 만들 수 있어서, 그 실험을 훨씬 더 멀리 밀고 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도 감정이며, 게임이 전달할 수 있는 정당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넣고 싶었던 적은 없습니다. 그건 착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안에는 특정 정치 세력이나 종교적 사상을 공격하거나 억압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저는 단지 사고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누군가가 불편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그 과정 자체를 불편하게 느낀다면, 저는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라면 서로 다른 생각과 관점을 탐색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관용은 있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플레이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친구들에게 웃기려고 보여준 다음, 다시 더 일반적인 플레이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플레이어들은 협력하는 캐릭터들이 건강하게 느껴지는 사회를 만드는 쪽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전, 가족, 안락함, 안정성을 원한다면,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하는 편이 훨씬 더 잘 작동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너무 멀리 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기본 게임은 가능한 것의 범위가 정해져 있고, 저는 플레이어가 그 경계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실험해 보는 것이 전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드는 훨씬 더 멀리 갑니다. RimWorld는 모딩이 쉬운 게임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모드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 명 규모의 커뮤니티에서는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사례가 플레이어층이나 커뮤니티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만든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사람들이 그 위에 무언가를 쌓아 올려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강력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이자, 훌륭한 커뮤니티 구축 방식입니다.
저 역시 게임 안에 심고 싶었던 생각들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들이 완전히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게임을 만들 때는 중요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경험한 것, 그리고 플레이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어느 정도는 옳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가 정말로 그렇게 경험했다면, 그 경험이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게임이 실제로 만들어 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엔진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가 앞에서, 디자이너의 의도는 결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Biotech 확장팩에서는 xenotype를 통해 다양한 인간 변이와 그것에 대한 태도를 탐구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인종 문제나 원주민 문제를 기본 게임에서 직접 다루는 것은 너무 강한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주제는 게임 자체가 이루려는 목표를 쉽게 벗어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부색의 묘사는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 두었습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보다 더 작은 현실의 모델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현실 세계에는 환원할 수 없는 복잡성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게임의 목적은 현실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런 사고방식을 '몰입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모든 게임이 현실과 똑같은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죠. 좋은 게임은 현실의 모든 것을 추가하지 않습니다. 대신 복잡성을 줄여서 핵심적인 선택과 감정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만듭니다.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것, 저는 그것을 '작업 선택'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그것이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음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것이 곧 게임 디자인입니다.
개발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맹목적으로 따라가면, 작업은 쉽게 자기만족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그래픽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프로그래머는 그래픽 최적화를 끝없이 계속하고 싶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지나면 그것이 실제로 게임을 더 좋아지게 만들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초지능은 RimWorld 세계관에 아주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Archotechs'라고 부릅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대한 지성을 지닌 존재들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들을 거의 전능한 존재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서사를 지배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들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AI가 게임 개발에서 거대한 파괴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AI로 코드를 생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발자가 숙련되지 않았다면 그 코드를 제대로 검토할 수 없고, 그 결과 품질이 낮은 작업이 쌓이게 됩니다. 저는 그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AI 활용은 게임의 메시지나 콘텐츠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기보다, 품질 관리 문제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AI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성하게 될 것이고, 그때는 우리가 목표를 어떻게 정의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유용성의 범위가 아직 좁습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는 해설자 역할, 예를 들어 스포츠 게임의 해설자처럼 AI가 작동하는 것은 흥미로운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AI가 결정하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RimWorld에서 스토리텔러는 습격 간격, 적의 강도, 이벤트 빈도 같은 변수를 디자이너가 세밀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기계 학습 모델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기 어렵고, 조정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듭니다.
여러분의 게임이 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이론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니까' 혹은 '머릿속에서 멋져 보이니까'를 넘어서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게임은 감정적 반응을 생성하는 메커니즘입니다. 그 메커니즘의 각 부분이 어떻게 함께 작동해 원하는 감정을 만들어내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값싸게 만들고, 빠르게 테스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최종 형태를 고정하려 하기보다, 항상 적응하고 바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Sylvester에게 게임은 미리 쓰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릇이 아니라, 이야기가 자발적으로 떠오를 조건을 세우는 장치다. RimWorld의 식인, 전쟁범죄 밈, 신념 체계, 모딩 문화, 초지능, AI를 둘러싼 질문은 모두 같은 지점으로 수렴한다. 이 게임은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어가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가 선택하고, 실패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웃고, 결국 다시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초대한다.
George Jeong Minimap Global Editor Minimap의 글로벌 에디터인 George는 모든 콘텐츠 전략과 편집 방향을 총괄한다. Quest Unplayed의 공동 진행자이자 React to Reviews의 진행자로서, 그는 게임 뒤에 숨은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며 동료 플레이어와 게임 개발자들을 연결하는 일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게이머다.
Star Wars Jedi Knight - Jedi Academy Key Giveaway Ev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