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 כ: 바깥 문 (The Outer Gate)

ko생성일: 2025. 6. 19.

『언송(Unsong)』의 막간 에피소드. 천국과 지옥, 닉슨 대통령, 그리고 아폴로 13호가 엮이며 붕괴하는 세계를 그린 이야기.

막간 כ: 바깥 문 (The Outer Gate)

I.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라. 노력하면 참 쉽다. 어찌나 쉬운지 인류의 수많은 사람들이 전혀 의도하지도 않고 그 상상을 해내곤 했다. 그들은 교회에 가고, 성경을 읽고, 바닥에 엎드려 기도했으며, 집에 돌아가서는 여전히 죄악 속에 파묻혀 살았다.

심리학자들이 아이들의 자제력을 실험한 적이 있다. 어린 아이를 마시멜로 앞에 앉혀두고, 다섯 분만 그걸 먹지 않고 있을 수 있으면 나중에 마시멜로를 두 개 주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마시멜로 테스트'. 이 실험의 결과는 그 아이의 건강과 부, 성공 등 수많은 인생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정말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면, 눈 앞에 놓인 맛있는 마시멜로가 자신을 유혹하는 다섯 분 동안 참아내기는 힘들다. 언젠가 올 미래의 보상이란 하찮기 그지없으니까.

잠깐, 판돈을 더 올려보자. 5분만 참으면 평생 마시멜로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아니, 온 세상이 마시멜로로 이루어진 한 차원을 주겠다! 젤리빈 숲과 진저브레드 하인, 그리고 설탕으로 이루어진 72명의 호리들을 모시고 사는 그 마시멜로 궁전에 살게 할 것이다. 하지만 마시멜로를, 정말 조금이라도 먹으면, 소비에트 러시아로 끌려가 그 마시멜로들이 너를 꼬챙이에 꿰어 거꾸로 불에 구워 죽일 것이다.

난 지금 무신론자 얘기가 아니다. 이런 전제를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즉 "그래, 이 세상은 우주적 마시멜로 테스트다. 우리가 그저 순식간의 죄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쁨의 보상이 영원히 주어지고, 마시멜로를 집어먹으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형벌을 영원히 받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들, 그리고는 "에이, 그래도 뭐 어때" 하며 마시멜로를 덥석 까먹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님께서 아담에게 말씀하시길 "너는 이 동산의 모든 나무의 열매를 마음껏 먹어도 되지만, 이 마시멜로 만큼은 안 된다. 그것은 선악을 알게 하는 마시멜로니, 네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그리고 아담만이 아니다. 거대한 홍수에서 신의 분노로 간신히 살아남은 노아의 아들들은 그 즉시 이상하게 문란하고 근친상간적 범죄로 축하했다. 예수의 기적을 직접 본 유다 이스카리옷도 겨우 은삼십에 예수를 팔아넘겼다. 그들은 거래의 조건에 의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다. 그 마시멜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면서도 삼켜버린 것이다.

성경이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으나, 이후 인류사를 보면 오히려 딱 들어맞는다. 솔직히 말해 진실로 독실한 자들도 신약 이후 이천 년 가까이 죄 없이 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노력하면 쉽다. 남는 것은 죄인을 먹어 치우려는 지옥의 차가운 밥그릇뿐.

방송이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던 그 추운 11월 밤, 사람들이 마시멜로를 먹으며 스스로에게 늘어놓던 모든 핑계와 예쁜 거짓말은 와르르 무너졌다. 사람들은 무릎 꿇고 용서를 구했다. 구두쇠들은 거리로 나가 돈을 보이는 거지들에게 죄다 던져주었다. 변호사, 은행가, 정치가들은 대규모 사직을 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은자로 살려고 산으로 떠나자 산은 인파로 가득했으며, 제대로 아는 진짜 은자들은 오히려 폐가에서 살았다.

며칠 만에 산업계가 모조리 붕괴했다. 이 생이 형언할 수 없는 영원의 대기실임이 확실하다면, 누가 참치 통조림을 만들고 싶겠는가? 누가 그 참치를 잡고 싶겠는가? 천국 문 앞에서 페트로가 참치 남획에 진심으로 분노하는 옛 어부인 게 드러나면 어쩌려고?

유럽에서는 교회 옹호 분위기가 남부·동부 전통 가톨릭 국가들을 휩쓸었다. 아시아의 오만한 사업가들은 업장을 쌓지 않으려 일부러 단식하다 죽기도 했다. 남미의 혁명 게릴라들은 참회하고 유랑 수도사가 되었으며,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몰락 후 살아남은 마르크스-루리아니스트 집단이 오히려 저항을 강화했다.

백악관에서 닉슨 대통령은 처음에는 방송을 선전이라고 무시했지만 결국 스무 번째쯤 반복해 시청했다.

“[검열 삭제],” 닉슨은 탄식했다.

타고난 결함이 있거나 어차피 지옥 갈 거라고 확신하는 소수는 이 혼란을 악용했다. 누더기를 걸치고 앵벌이를 시작하는 자는 곧 억만장자가 되었다. 유령 자선단체가 우후죽순 생겨 현찰이 든 봉투를 받으려고 우체통을 늘리다가 정체가 탄로 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사업가들은 구직난민들에게 스스로 '절실하고 가난하다고' 조르다 못해 즉시 채용하라며 천국 회계장부에 좋게 보이게 해달라 협박까지 당했다.

이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악인들이었다. '의롭게 징벌되어야 할' 사람들임을 자처했으며, 이제 곳곳에 이들을 단죄하려는 이들이 부족하지 않았다. 곧 광신적 마녀사냥과 자경단 정의 구현이 벌어졌다. 경험 없는 이들의 난립한 선행·자선 시도와 거짓 선행·자선의 마녀사냥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예측대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러는 와중에 NASA는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연기된 아폴로 13호 미션을 "천체의 조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가톨릭 국가들은 신정일체국가로 통일했고, 남미의 마르크스 게릴라들은 다리엔갭 정글로 사라졌다. 옥룡제국은 달라이 라마에게 자신들의 사과를 전하며 다시 티베트를 돌려주겠다 약속했다.

닉슨 대통령이 몇 주 동안 자취를 감췄다.

미국 내 민간 항공망이 붕괴했으며, 산업 전반의 공급망과 유지 체계는 너무나 취약해졌다. 중서부는 폭동에 휩싸였고, 국무장관은 연방정부가 미시시피강 서쪽에는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니 각 주지사가 치안을 유지해달라 발표했다.

II.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

휴스턴 역시 문제로 가득했다. 루이지애나는 오랫동안 이어온 우리엘의 허리케인에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텍사스 주지사 돌프 브리스코는 텍사스 공화국의 독립을 재선포했다. 휴스턴의 미션 컨트롤은 아직 NASA 업무를 맡고 있었으나, 자세한 배분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어떤 문제인가, 아폴로 13?”

“산소 탱크 하나가 터진 것 같다. 캡슐이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다. 임시로 복구해놨지만 오래 못 버틴다. 지구로 복귀해야 한다.”

“알겠다, 아폴로 13.”

붕괴하던 초강대국 미국의 관심이 잠시나마 세 명의 용감한 우주비행사들이 자신과 우주선을 구하려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 쏠렸다. 그리고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텔레비전 앞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구명된 캡슐이 새로 선포된 캘리포니아 공화국 해안 앞 태평양에 무사히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출된 캡슐에서 세 명이 아닌 네 명이 나타나자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1. 존 영, 사령관
  2. 케네스 매팅리, 조종사
  3. 프레드 헤이즈, 달 모듈 조종사
  4. 그리고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대통령이 왜 우주선에 있었던가? 모두가 궁금해했다.

에어포스원은 캘리포니아에 파견되어 닉슨을 워싱턴으로 복귀시켰다. (그가 대통령으로, 또는 죄인으로 복귀하는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증인 소환, 기록 압수, 그리고 대통령이 오벌 오피스에서 나눈 육성이 녹음된 테이프까지 사방에서 증거물이 추가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테이프에서는 닉슨이 키신저에게 이렇게 말했다. “봐, 내가 그 모든 짓을 한 건 이 나라를 사랑해서였고, 공산주의에 맞서려던 거였다. 하지만 [검열삭제] 신께서 그걸 그렇게 봐주실 리가 없어. 너무 봐주기만 하셔서 뭔가 반드시 해야 한단 걸 이해하지 못하시겠지. 결국 [검열삭제] 영원히 불타게 될 거야. 도대체 왜 네 말 듣고 [검열삭제] 동맹을 맺은 건지 모르겠어!”

“동맹의 기본 구상은 괜찮았습니다,” 키신저가 답했다. “우리가 당시에 정확한 상황을 완전히 이해했던 것도 아니고, 설사 이해했다 해도 같은 제안을 했을 겁니다. 브레즈네프가 너무 강력해지고 있었으니, 특히 베트남이나 남미의 공산주의 운동과 결합하면 말이죠.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주님께서 내 판단을 달갑지 않게 여기신다 해도, 절차상 오류를 지적할 용의가 있습니다.”

“[검열삭제] 그건 네 입장에서는 쉽겠지!” 대통령이 소리쳤다. “넌 남을 아무렇게나 설득할 수 있잖아. 하지만 이젠 내 [검열삭제] 영혼이 위태로워졌어. 성경에서도 그런 말 있지 않아? 세상을 얻고도 영혼을 잃으면 무슨 의미냐고, [검열삭제] 그런 말? 이제라도 동맹을 깰 수밖에 없어.”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암스트롱 대장은 하늘의 균열로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간지는 알 수 없으나, 대중 매체에서는 천국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지요. 제 조사에 따르면 지구 내에 지옥문이 있듯, 우주의 끝 쪽에는 천국으로 통하는 바깥 문이 하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검열삭제] 좋군. 그럼 세상 바깥 어딘가에는 천국으로 통하는 [검열삭제] 문이 있는 거군. 내가 거길 어떻게 가야 하지? [검열삭제] 우주선을 타고?”

“당장 가능합니다.”

“하… 네가 [검열삭제] 진심이라니.”

“NASA 국장은 행정부에 충성합니다. 제가 조치해뒀습니다. 아폴로 13호는 오랫동안 준비는 됐지만 발사 시기를 못 잡고 미뤄졌지요. 이제야 때가 왔다고 통보하면, 그들은 승무원을 위한 네 번째 좌석을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우주비행사들은 투덜거리겠지만 비밀을 누설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은 군인이고 당신이 그들의 최고사령관입니다.”

“내가 바로 [검열삭제] 최고사령관이지!” 닉슨이 외쳤다. “거 참, 네가 날 설득하는군 그래! 대체 언제 저 바깥 문으로 떠날 수 있나?”

“한 달 정도면 우주선 발사가 준비될 겁니다. 3일만 가면 수정 구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바깥 문으로 하강하면 영혼을 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반공(反共)을 위한 동맹도 유지할 수 있지요.”

“이젠 [검열삭제] 안 믿기지만, 어쨌든 해보자!” 닉슨의 이 녹음이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완전히 재생되자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순수한 정치적 분노만이 아니었다. 신과 지옥을 두려워하던 대중의 마녀사냥이 이제 막 잦아졌을 무렵, 대통령이 가장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천국을 사려고 세금으로 우주선을 이용한 것이다. 닉슨 대통령이 탄핵당할지 여부는 더 이상 질문이 아니었다. 비밀경호처 보호가 사라진 뒤 살아남을 시간이 문제였다.

바깥 문 스캔들이 3주차로 접어들자 닉슨은 결국 사퇴했다. 그는 하원과 거래해 평화적으로 사임하면 캘리포니아 공화국 요르바린다 고향 집에서 편안하게 유배살이를 할 수 있도록 약속받았다. 대통령은 밤새 암암리에 워싱턴 DC를 떠났고, 군중은 에어포스 원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III.

Ford는 "어려운 강을 건너려는 시도"라는 의미를 가진다. 1974년 8월 9일, 제럴드 포드는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캘리포니아 공화국, 텍사스 공화국, 샐리시 자유국, 그리고 이제는 중서부의 소규모 도시와 농가 등에서는 그 즉위식을 마치 영국 여왕의 대관식처럼, 흥미롭고 영감을 줄지 몰라도 그들과는 별 관련없는 행사로 바라봤다. 연설에서 포드는 연방정부가 동부 해안, 남부 일부, 오대호 지역만을 장악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게 길이 마련된 틈으로, 타미엘(Thamiel) 마왕의 군대가 베링 해협을 넘어 북미 침공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