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1999년, 콜로라도. 혜성왕과 로빈의 마지막 밤. 전쟁을 앞둔 준비와 이별, 그리고 운명에 대한 비유.
1999년 봄, 콜로라도.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섰다. 새로운 광산이 땅 밑으로 파여졌다. 새로운 길들이 산맥을 가로질렀다. 실험실, 병영, 요새, 곡창, 활주로. 모두 마지막 성전을 대비한 준비였다.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혜성왕의 지옥과의 전쟁은 점차 비유적인 영적 투쟁에서 “우리는 총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현실적 전쟁으로 변해갔다.
전 세계와 미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콜로라도에 모여들었고, 투쟁을 위해 무기를 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혜성왕은 몇 달 동안 일곱 개의 돛을 단 이상한 배를 타고 사라졌고, 신의 명확한 이름(Explicit Name)을 찾으러 간다고 했다. 돌아와서는 찾았다고 했고, 모든 것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이 일이 일어날 것이었다.
최후의 밤, 그들은 성채에서 함께 누웠고, 그녀는 그의 가슴에 무늬를 그렸다.
"당신과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라케투가 말했다. 로빈 역시 _나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_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당신도 알잖아요, 내가 갈 수 없다는 걸," 그녀가 대답했다. 그 역시 _하지만 당신이 갈 순 없지_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왕국을 위해 용기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가 덧붙였다. 그녀 또한 _만약 그가 죽는다면, 제발 그러지 않길_이라 생각했다. 그는 말을 멈췄다.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_하지만 나는 정말 죽을지도 몰라_라고 생각했다.
그가 눈썹을 약간 올렸다. "군사적 저항이 없다고 해도 시베리아로 가는 길은 험할 거요. 신의 이름들이 우릴 따뜻하게 해줄 것이지만, 식량 공급을 잘못 계산하면 재앙이 될 수 있어. 사기는 높지만, 안 좋은 주가 몇 번만 지나도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지. 타미엘은 위험하고 수많은 계략을 가지고 있어. 그의 마법의 진정한 힘은 아직 다 보지 못했지. 그리고 셈 하메포라쉬(Explicit Name)는... 사용하기 어렵소. 내가 말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간발의 차이일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두렵지 않죠."
"두려움이 도움이 될까?"
"모르겠어요," 로빈이 말했다. "나는 우리 둘 몫까지 충분히 무서워하고 있으니까요. 당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무서워요. 아니면, 당신이 포기하고 너무 일찍 돌아와서 지옥이 그대로 남을까 봐도 무섭고."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 없소," 혜성왕이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예전에 혜성은 예측할 수 없다고 했어요," 로빈이 말했다. "저 하늘의 모든 것은 자신만의 궤도를 지키는데, 유독 혜성만은 그렇지 않다고. 어떤 규칙도 따르지 않고, 뚜렷한 경로도 없다고."
"그들은 지구에 묶여 있으니까 그래," 혜성왕이 말했다. "지구에서 보면, 혜성은 갑자기 허공에서 튀어나오고, 이유 없이 몰락하거나 사라지지. 그래서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네. 하지만 혜성 자신의 시점에서는 이보다 단순할 수 없지. 그저 외부 어둠에서 시작해, 태양을 목표로 곧게 날아가,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네. 다른 모든 것은 그저 같은 궤도를 무한히 돈다. 혜성만이 근원으로 향하지. 너무 곧아서 비뚤어졌다고 하고, 너무 고정되어 있어서 예측할 수 없다고 하며, 너무 직선적이어서 혼돈이라 부른다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요. 이 원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당신은 직선이니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가슴 위에 무늬를 계속 그렸다.
"야쿠츠크까지 몇 달, 돌아오는 데도 몇 달. 실제 일 자체는 몇 순간이면 될 것이오. 겨울이 오기 전 다시 볼 수 있을 거요."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함께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