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말로 할 수 없는 사랑

ko생성일: 2025. 6. 19.

라스베가스의 고층 레스토랑에서 아론은 제인과 함께 운명을 뒤흔드는 도덕적 결정을 마주한다. 세상을 구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것인가,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내면의 고뇌와 희생을 그린 이야기.

제37장: 말로 할 수 없는 사랑

2017년 5월 13일, 라스베가스

성경 히브리어에서 '죄인'은 '아발(aval)'인데, 이는 분명히 우리 영어 단어 'evil(악)'과 카발라적으로 연결된다. '아발'의 게마트리아 값은 106이다. 성경 연대기를 정한 어셔 주교에 따르면, 노아의 홍수와 바벨탑 사이에는 106년이 흘렀다 한다. 이는 놀랍지 않다. 허영심으로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 한 것은 죄악의 행위였으며, 106이라는 죄인의 숫자가 그 주변에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제인과 나는 라스베가스의 스트라토스피어 타워 106층에 있는 'Top Of The World' 전망대/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유리창은 라스베가스의 전경을 보여주었는데, 마치 날아다니는 카약 안에 있는 듯했다. 제인이 혹시 LA에 있는 친구에게 배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 배는 버리기에 너무 멋진 유물 같았다.

"계획은," 제인이 크레페를 한입씩 먹으면서 말했다. "스트립에 있는 Rogue Toys에 버스를 타고 갈 거야. 거긴 베니 베이비 거의 전 종을 갖고 있다더라고. 보라색 드래곤을 사면 바로 빠져나오지."

정말 진지했다. 그녀는 여행 가방을 챙겼고, 내겐 백팩을 사줬다. 호텔에도 다시 올 생각 없이 바로 드래곤을 사고 라스베가스를 뜰 예정이었다.

"근데 어디로 가는데?" 내가 물었다. 콜로라도는 포위되어 있었고, 적진을 뚫고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우리는 곧장 LA로 가는 걸까?

제인이 미소지었다. "곧 알게 돼." 지금은 그녀의 고집스러운 비밀주의가 대립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정감 있게 느껴졌다. 어젯밤에도 여전히 나를 재우기 전에 손과 발을 침대에 묶고 재갈을 물렸지만, 이번에는 약간 미안한 기색이었다. 천사보호구역에서의 대참사 때문에 그랬던 거라면, 그녀도 마음만 먹으면 꽤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애플에이드 병에 숨겨둔 베니 베이비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한편으론 의심을 버리고 제인과 함께할 각오도 들었다. 심지어 아나에게 보낸 도움 요청도 취소하고, 상황이 꽤 괜찮아졌다, 진짜 콜로라도 출신이 나를 데리고 이 호텔 저 호텔을 여행하게 해 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제인은 어차피 오늘 새로운 베니 베이비를 살 것이고, 말하면 내 신뢰만 잃을 거였다. 차라리 그녀가 새 드래곤을 사는 걸 보고, 애플에이드 병을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제인의 눈을 마주치기 꺼려지자 내 시선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향했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은 온갖 화려한 색깔로 빛났다. 모두 악한 강령술사에게 점령당하면 경제가 망할 거라 생각했지만, 반대였다. 다른 왕은 라스베가스를 자신의 비밀 사업자금 통장처럼 여겼다. 그는 도시의 사업가들과 만나, "산업은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정말 전혀 안 건드리는 거냐고 되묻자, 그는 역시 전혀 안 건드린다고 답했다. 이후엔 그 어떤 거대한 건물도, 어떤 도박이나 성매매, 어른의 오락도 문제없었다. 미국 각지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면서, 그곳에 머무는 동안 별 탈은 없었지만 돈은 확실히 털리고, 배우자에게 설명할 일만 늘었다. 만약 이런 환대에 기대서 카드 카운팅 등 부정행위라도 하려다 들키면, 검은 로브의 해골 얼굴들이 찾아와 두 번 다시 라스베가스에서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대가로 그는 오직 거래의 20%를 정해진 세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에 제인은 속지 않았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카발라 텍스트처럼 스트립을 읽었다. 악의 상징들이 눈에 보였다. 룩소르는 이집트, 곧 성서의 미츠라임, 속박의 땅. 시저스 팰리스는 예루살렘을 파괴한 티투스 시저, 기독교 박해의 네로 시저, 그 이름의 게마트리아로 요한계시록이 경고한 666의 주인공. MGM은 히브리어로 '마짐', 곧 마법사, 저주를 부리는 자들의 뿌리. 그리고 트럼프 호텔, 언어학적으로 승리(triumph)에서 유래했고, 더 거슬러가면 카오스의 이교 신들을 숭배하는 의식의 용어인 '트리암보스'로 연결됐다. 이 모든 것 뒤에는 레드 락 마운틴이 있었다. "이 붉은 바위 아래에는 그림자가 있다,"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썼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이 붉은 바위의 그림자 아래로 와 보십시오. 저는 당신께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드리리니, 아침이면 당신 뒤로 늘어지는 그림자도, 저녁이면 당신을 맞으러 솟아오르는 그림자도 아닙니다. 저는 한 줌의 흙 속에서 두려움을 보여드리리."

"아론 스미스-텔러?" 누군가 물어, 나는 돌아서서 흙 한 줌을 내미는 끔찍하게 늙은 남자를 봤다.

나는 그가 들어오는 것도 못 봤지만, 오래 머물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식당의 다른 관광객, 도박꾼 등 멋쟁이들과 정반대였다. 흐트러진 몰골에 씻지도 않은 채 마치 노숙자를 식당에 집어넣은 것 같았다. 말투도 남을 타박하며 침을 튀겼다. 그런데 그는 내 진짜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제인에게도 내 본명을 말한 적이 없었다.

"누구세요?" 내가 물었다. 제인은 조용히, 그러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마약왕이다," 그 노인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확장된 동공과 멍한 시선을 알아챘다. "나는 너의 친구 아나 서먼드를 붙잡아 두었다. 네 머릿속엔 내가 원하는 이름이 있지, 둘 다. 너희의 정신이 연결되어 있어 한쪽에서만은 그 이름을 뽑을 수 없더군. 나와 진짜로 마주치면 이름을 뺏고 너희 둘 다 다치지 않게 풀어주지. 거절한다면 네 친구를 죽일 거다." 그는 내 손에 흙을 부었고, 그것이 갈아진 페요테라는 걸 알았다.

"진짜로 아나를 데리고 있다는 증거가 뭐죠?" 내가 제인이 끼어들 틈 없이 먼저 물었다. "아나만 알 법한 단서를 받아와요."

노인은 눈을 감고 몇 초간 멈췄다.

"오르카, 그 언약."

"젠장!" 내가 너무 크게 소리쳐 주변 테이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됐어!" 제인이 말했다. "이제 그만!" 제인은 노인의 손목을 잡았다. "어떻게—"

"어?" 노인이 초점을 맞추듯 갑자기 변했다. "뭐지? 당신 누구야? 여기가 어디지?" 그는 침을 흘렸다. 제인은 역겨운 듯 그의 손을 놓아버렸고, 노인은 급히 도망쳤다. 웨이터가 우리 테이블로 다가오다, 제인과 눈이 마주치고는 말도 마치지 않고 도망쳤다.

이제 제인은 나를 바라봤고, 이전의 불신이 다시 얼굴에 가득했다. "설명해."

내 몸은 얼음처럼 굳었다. 마약왕이 아나 서먼드를 잡았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어…" 나는 즉석에서 최선의 거짓말을 한다. "아나는 내 친한 친구이자 동료야. 투명인간 만드는 그 이름을 함께 발견했지. 아마 나쁜 친구를 만나서 페요테 같은 마약을 한 것 같아."

"아니." 제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아. 그는 너희 정신이 연결되었다고 했지. 어떻게 연결된 거야, 아론 스미스-텔러?"

젠장. 이제 제인은 내 본명을 알았다. 바보같긴 해도, 카발리스트라면 본명에 대해 민감함이 있다.

가장 답답한 건, 카발라적 결혼 이야기를 솔직히 해도 상관없었단 점이다. 아나는 그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성경 구절에서 그걸 발견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제인은 믿지 않을 테지. 우연히 비밀 이름을 두 개나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 이미 그녀의 의심이 작동하는 게 보였고, 성스러운 정신 결혼이 있다고 말하면 바로 끝장이다.

"사랑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 정신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게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이지."

"뭐? 그게 말이 돼?" 그녀는 내 오른손의 페요테 가루를 흘긋 봤다. "그거 내놔."

그녀가 가루를 잡으려 하자, 나는 그것을 재빨리 주머니에 쑤셔넣고 일어나 한걸음 물러섰다.

"아론." 그녀가 낮게,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하며) 말했지만, 목소리엔 맹렬함이 섞여 있었다. "바보 짓 하지 마. 마약왕은 모두의 적이야. 그는 이름을 쓸 수 없지만, 할 줄 아는 친구는 많아. 그가 스펙트럴 네임을 갖게 되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져."

"내 친구가 죽게 생겼잖아!"

"사람은 언제나 죽지!"

"아나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어!"

"아론, 넌 멍청하게 굴고 있다고. 페요테 내놓아."

그래서 나는 달렸다.

제인도 나를 쫓아왔다.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Avalanche Name을 외워 유리를 산산조각내고, 바깥 공기가 닿는 포털을 만들었다. 그리고 스트라토스피어 타워 106층에서 뛰어내렸다.

잠시, 나는 그저 바보처럼 허공에 매달린 채 바람이 내 주위를 휘돌고 라스베가스의 고층 빌딩들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지켜봤다. 곧 Ascending Name을 외워 낙하 속도를 늦췄다. 제인 역시 같은 창문에서 뛰어내렸고, 검은 점이 위에서 내게로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이틀 전 있었으면, 그걸로 끝났을 것이다. 나는 Airwalker Name을 외치고 허공을 걷기 시작했다.

제인도 Ascending Name을 외워 공중에 머물며, 내가 허공을 걷는 모습을 믿기지 않는 눈으로 쳐다봤다.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엔 무력하게, 거의 가엾게 매달려 있다가, 갑자기 격노가 되살아났다. "멍청아! 무슨 짓이야? 마약왕에게 원하는 걸 줄 순 없어! 네 여자친구는 미안해, 정말이야! 하지만 그는 괴물이야, 아론! 네가 누군지 몰라! 우릴 전부 죽일 거야! 그에게 원하는 걸 절대 줄 수 없어! 아론! 멈춰!"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허공을 걸었다. 스펙트럴 네임을 외우고 투명해진 뒤, 스트립을 따라 약 1마일을 걸었다. 거대한 금색 일자 모양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트럼프 타워. 아랫부분의 옥상에 발이 닿게 내려왔다.

나는 정말 자유로웠다.

어쩌면. 나는 주머니에서 페요테를 꺼냈다. 이보다 더 적절한 장소가 있을 수 없었다. 에리카가 예전에 페요테를 했었고, 절대적으로 안전하게 하려면 꼭 마천루 옥상에서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Ascending Name으로 올라가고, 다 끝나면 다시 저 이름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약에 취해 있다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 마약왕은 이름을 직접 부리지 못했고, 심지어 빙의된 인간을 통해서도 할 수 없었다. 만약 땅에서 페요테를 먹으면, 네가 끝나기도 전에 마약상에게 페요테를 다시 구하러 달려가 또다시 약에 빠지고, 영영 해방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마천루 옥상에서 한다면 실험하듯, 자신의 한계를 경험할 수 있지만, 마약왕에게 그 임시적 조종권을 연장할 기회는 주지 않는다. 마약왕도 이 원칙을 따라주는 듯하다. 사람들을 건물 위에서 뛰어내리게 해봤자 나중을 위해 써먹을 수가 없으니까. 응, 에리카도 말했다. 마천루에서 페요테를 하면 완전 안전하다고.

단 내겐 전혀 아무 의미 없는 얘기였다. 제인이 왜 마약왕이 직접 이름을 못 쓴다 했는지 생각하다가 바로 깨달았다. 그에겐 인간의 영혼이 없어서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영혼을 얻는다면, 그는 이름을 쓸 수 있다. 수백만의 빙의된 몸들을 동시에 조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중 누구든 신의 이름을 외우고 하늘에서 불과 공포를 부를 수 있다. 마약과의 전쟁은 오직 우리가 이름을 쓸 수 있고, 그는 못 쓴다는 것에 기반했다. 그는 유리엘의 기계에 얽매여 낡은 기술만 써야 했고, 우리는 이름 부르는 카발리스트 군단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Vital Name(생명의 이름)을 넘겨주면, 그의 무수한 군세가 우리의 무력한 군대를 뒤엎어버린다. 그는 콜로라도, 텍사스, 캘리포니아 공화국, 미국 전체를 쓸어버릴 것이다.

나는 언제나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 여겼다. 요한복음 11장에서 카야파가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해 죽는 것이 온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낫다"고 할 때, 나는 늘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이 비극적으로 죽는 것보다 백만 명의 죽음이 백만 배로 더 참혹하다. 한 사람을 희생해서 대륙을 구한다면, 그건 쉽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2천 년 전에 이미 죽었던 익명의 군중을 논할 때 당연해진 논리가, 사랑하는 이의 생사가 걸리면 도저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아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구해줄까?" 그녀가 물었고, 나는 "그럴지도 몰라,"고 했다. 그때 내 상황이 지금의 아나만큼 절망적이진 않았는데. 그런데 그녀는 주저하지도, 불평하지도 않았다. 그저 다음 정박항에서 내리겠다고 했고. 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 수 있었다. 내가 그녀를 이런 곤경에 끌어들였고, 만사를 그르쳤는데도 그녀는 곁을 지켜주었다. 나는 텔레파시 연결을 당겨 보았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녀는 멀리, 정말 멀리 있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난 아나를 사랑했다. 그녀도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말로 한 적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1000년을 함께 한다 해도 그걸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모든 기억이 밀려왔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욥기를 가르치던 그녀, 끊임없이 의심하고 묻던 그녀. 왜 악이 존재하는가? 왜 마약왕이 있는가? 왜 이 우주는 있는가? 나는 이 자리에 왜 있는가?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소리쳤던 내가 생각났다. 내가 뭘 해야 하지? 신의 계획은? 정말 존재하긴 한가? 참새 한 마리 떨어지는 것에도 섭리가 있다면, 참새보다 더 소중한 우리가 이렇게 어둠 속에서, 길을 찾을 지도 못한 채 굴러다니는 건 왜인가? 아나가 가까이 있다면 물어볼 텐데, 그 생각에 더 가슴이 아팠다.

나는 에리카가 지하 강단 뒤에 서 있고, 그녀가 내 옆에 앉아 있는 장면이 보였다. "사람과 민족 모두에게 단 한 번, 진실과 거짓 사이, 선과 악을 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 에리카가 암송한다. 젠장! 에리카, 그거 쉽게 말하지? 그냥 선을 택하고 악을 피하면 현실도 그렇게 쉽냐? 너 진짜 뭘 아는 거냐? 상상 속 에리카가 대답한다. "죄와 타협하는 이는 자기 자식의 자식까지 노예로 삼는다."

우리는 여러 가지 원인과 고려사항을 철학의 저울에 올리고, 그 무게가 가장 무거운 쪽을 택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작은 일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타워 옥상에서, 나는 마음속 모든 것을 저울에 올렸다. 계속 페요테를 거리로 내던지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몇 번씩이나 들었지만, 그럴 수 없음을 더 확실하게 느꼈다.

내려다보았다. 라스베가스가 요란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건물 옆에는 금색 대문자가 박혀 있었다. T, 타브. 히브리어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 종말의 글자. 예수는 소문자 t에 못박혀 죽었다고 한다. 내 발 아래에는 대문자 T, 예수가 시작했던 것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뭐든 이 작품답게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나는 저울과 추, 모든 합리화를 내다버리고, 한 문장만 생각했다. 죄와 타협한 자는 자손의 자손을 노예로 만든다. 물론 그렇다. 친구를 위해, 세상을 희생하는 것은, 심지어 친구가 나의 플라토닉한 견우-직녀 관계였고 아주 깊은 인연이었음에도, 죄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죄에게 전부를 넘기는 셈이다. 하지만 아나를 살리기 위해 도망치고, Vital Name을 되찾아 제국을 건설해 행복하게 살겠다는 선택—베스트 프렌드의 하찮은 한 목숨만 내놓고 나머지는 다 갖겠다는 결정—이야말로 죄와 타협하는 것이다. 사실 원래 내가 해석했던 것과 완전 정반대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불과 하루 전 말했다가 스스로 바보 같아서 저주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내 꿈은 새로운 혜성왕이 되는 거야." 전능하신 신이시여! 나는 혜성왕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잊었단 말인가? 오히려 그 순간, 모든 게 카발라적으로 정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 결정을 정당화할 온갖 핑계를 생각했다. 내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를 버렸고, 이제 남을 버린다는 상상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나와의 정신 연결이 그녀의 고통에 유난히 민감하게 만들었다. 탈무드는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고, 한 생명을 해하는 것이 세상을 끝장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니 대충 균형 잡힌 셈이니, 내가 하고 싶은 쪽을 따라도 된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 공허한 소리였다. 진실은 이렇다. 나는 혜성왕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두려움에 떠는 스물두 살짜리 소년이었다. 모든 성경 지식을 줄줄 외우지만, 결국 그 모든 건 로마서 7:19의 무게라는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내가 원하는 선을 행하지 않고, 내가 원하지 않는 악을 행하는도다."

나는 그 자리에서, 내 더 나은 자아가 그만두라 말하기도 전에, 페요테를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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