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형(라이브 서비스) 모바일 게임에서 신작이 생존하기 어려워진 구조적 원인을 짚고, 조직·프로세스·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현실적인 돌파구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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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떠오르는 생각을 주절주절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이 글은 AI 등으로 요약해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장문이 됩니다.
제 경력을 간단히 적어두자면, 콘솔에서 시작해 PC 온라인 게임은 2003년부터 관여했고, 피처폰, 스마트폰까지 운영형 온라인 게임의 기획, 개발, 운영을 경험했습니다. 그중 최근 되돌아보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봅니다. 조금이나마 앞으로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운영형 온라인 게임에서는, 새로운 작품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타이틀이든 조기에 연소하듯 끝나 버린다. 엄밀히 말하면, 출시까지 가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기획이 더 많다.
이 흐름은 2020년대에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data.ai(구 App Annie)의 데이터를 보더라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신규 IP가 상위권에 파고드는 사례는 해마다 줄고 있으며, 신진대사가 거의 멈춰 있다.
이 상황은 단순히 “경쟁이 치열하다”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답습한 개발 설계가 많고, 그것이 단순하게 통하지 않게 된 점도 큰 원인이다. 더 나아가, 해마다 개발 규모가 불필요하게 커지며 생긴 구조적 왜곡이 배경에 있다.
그렇다면 이 왜곡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어떤 왜곡인가? 그리고 돌파구는 있는가? 이를 내 경험을 곁들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20년 9월, 『원신』이 대대적으로 출시됐다. miHoYo(현 HoYoverse)가 내놓은 이 타이틀은 일본 게임 업계와 게임 유저에게 충격을 줬다고 생각한다.
오픈월드, 콘솔급 그래픽, 멀티 플랫폼 전개. 그리고 무엇보다 애니메이션풍이면서 일본 취향의 비주얼, 뛰어난 카메라워크와 연출. 그 모든 것이 모바일 게임의 상식을 넘어섰다.
개발비도 광고비도 수백억 엔 이상으로 규모가 다르다. 내용도 지나치게 잘 만들어져 플레이어의 기대치가 크게 바뀌어 버렸다.
원신의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 개발 업계에는 업계 전체에 두 가지 강박관념이 퍼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리치(고퀄리티)하게 만들지 않으면 못 이기는 거 아닌가?”
“지금 상태로 괜찮은가?”
“더 혁신적인 볼륨과 새로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결재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인식이 강해졌다.
하지만 일본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은 본래 대륙(중국) 타이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압도적으로 작다.
개발 체제나 만드는 방식을 정직하게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오히려 죽음을 앞당길 가능성만 높아진다. 체험과 재미,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의 재검토 쪽으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의 인디 씬의 활기나, 한때 슈퍼 캐주얼 트렌드도 경험해 온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반성할 점이 많다.
참고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원신 라이크 타이틀을 추격한 사례도 있었지만, 원신 수준의 성공을 재현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았고 수많은 대실패 러시가 산처럼 쌓였다. 결과적으로 리치화만 진행되고 개발비만 비대해졌다. “원신을 넘지 못하네”라는 결과만 남은 듯하다.
2020년 이전에는 월 1억 엔 정도의 매출이어도 소규모로 존속할 가능성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원신 이후 수익 기준이 확 올라가 운영하면서 개선을 기다릴 여력도 없어져 조기 종료 판단을 실행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보인다.
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좋은 게임이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개발 측에서는 난도가 극적으로 올라간 것이 사실이며, 상업적 실패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나 역시 운영형 온라인 게임의 개발·출시 경험이 많았지만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왜 상업적으로 실패했는가?”를 물으면 떠오르는 것이 여러 가지 있다.
예를 들면, 기획이 허술했다, 재미없었다, 예산에 걸맞은 게임을 재현하지 못했다, 경쟁작이 너무 강했다, 미완성이었다, 치명적 버그가 났다, 회사가 망했다, 거대 IP의 저작권을 침해했다… 등등 거의 모든 전철을 밟아 본 느낌이다.
그중 가장 많았던 것은 “운영형 게임으로서 도저히 성립하지 않는다”, “차별화하지 못해 습관화된 서비스와의 구분이 안 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애초에 몇 년씩 들여 왜 미완성 게임을 만들고 있냐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제작 중에는 베테랑도 눈치채지 못하는 구조적 과제와 함정이 많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운영형 게임을 성립시키려면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최소한 다음 4가지 서로 다른 스킬과 품질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체험 설계력 — 장기간 “한 번 더”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을 만들 게임 그 자체의 설계력과 개발 기술
운영 설계력 — 가볍게·빠르게·테스트를 반복하며 궤도 수정할 수 있는 힘
수익 설계력 — 유저 체험을 망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수익화와 게임 밸런스를 설계할 수 있는 힘
경영 판단력 — 광고 운영 요소까지 포함해, 더 투입할지·멈출지·이어갈지를 판단하고 철수 라인을 설계하는 힘
운영형(라이브 서비스형) 게임은 “완성된 순간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패키지(구매완료)형 게임은 작품을 다듬어 출시하면 일단락된다. 하지만 운영형은 출시 후가 ‘설계의 제2장’이며 밸런스·업데이트·수익·판단을 모두 지속적으로 돌려야 한다.
바꿔 말하면, 완성된 작품을 기반으로 “놀이를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시키는” 구조를 디자인해야 한다.
패키지형 대작 RPG를 10년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밸런스와 콘텐츠를 위화감 없이 분해하고 장기적으로 확장 가능한 설계를 그릴 수 있을까?
게다가 그동안 플레이어 수를 유지하며, 실시간으로 복수의 플레이어가 예상 밖 행동을 하고, 커뮤니티와 메타 구조가 끊임없이 변한다.
이 전체상을 “수년 운영을 전제”로 성립시키는 것은 게임 디자이너 단독의 기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어떤 서비스든 많은 사람이 만져 줬기에 어느 정도의 허점도 수익으로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보너스가 사라졌고, 개별 게임은 다른 서비스와 비교되는 혹독한 환경에서 승부해야 한다.
운영형은 “천재의 재현성”을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지점이 라이브 서비스 개발의 최대 허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래 게임 디자이너는 ‘재미’에 집중해야 하는 직종이었다. 하지만 운영형 시대에는 ‘지속성·수익성·경영 판단’의 관점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즉, 기획자는 플레이어 심리뿐 아니라 경영자와 같은 시점으로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므로 4가지 재능이 분단된 팀은 성공하지 못한다. 하나라도 빠지면 구조 전체가 무너지기 쉽다. 이 인식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
운영형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립하려면 4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애초에 운영형 게임의 디자인 자체가 패키지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현실이 있다.
이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개발을 시작하면, 아무리 유능한 팀이라도 실패한다.
패키지형 게임에는 명확한 ‘끝’이 있다.
플레이어는 엔딩을 보고 만족하며 떠난다. 개발자는 ‘끝까지의 체험’을 설계하면 된다. 10시간이든 100시간이든, 끝이 있기 때문에 설계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운영형 게임에는 끝이 없다.
정확히는 “끝내서는 안 된다”. 끝나는 순간 서비스 종료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를 질리지 않게 하며 몇 년이나 계속 플레이하게 만든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가.
패키지형 대작 RPG를 떠올려 보자. 100시간 즐길 수 있는 명작이라도, 클리어 후 “한 바퀴 더” 도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엔딩을 보면 만족하고 떠난다.
하지만 운영형에서는 그 플레이어를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매달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것도 같은 플레이어에게, 몇 년이나.
이는 연재 만화를 몇 년이나 계속 그리는 것과 같다. 소재 고갈, 매너리즘, 독자 이탈—모든 것과 싸워야 한다.
더 어려운 점은, 콘텐츠의 공급 속도보다 소비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개발팀이 1개월 걸려 만든 이벤트를 코어 플레이어는 1일 만에 소비한다.
“콘텐츠 더”를 요구받는다. 하지만 공급 속도를 올리면 개발비와 인건비가 늘어난다. 운영팀은 지치고 품질이 떨어진다.
이 불균형을 해소하는 설계는 극도로 어렵다.
운영형 게임 다수는 모바일을 전제로 설계된다. 하지만 모바일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콘솔 게임은 컨트롤러에 10개 이상의 버튼이 있다. 복잡한 조작, 고난도 액션, 전략적 판단—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모바일은 터치 조작뿐이다.
화면에 가상 버튼을 배치해도 손가락이 화면을 가린다. 복잡한 조작은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결과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단순한 조작’으로 제약된다.
이는 게임 디자인의 폭을 크게 좁힌다.
스마트폰 화면은 작다. 복잡한 UI는 가시성이 나쁘고 오탭을 유발한다.
콘솔처럼 ‘화면 전체를 사용한 정보 표시’는 불가능하다. 정보량을 덜어내고 단순화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화가 과하면 깊이가 사라지고 전략성이 줄어든다.
이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모바일 게임은 ‘통근 중’, ‘쉬는 시간’, ‘자기 전 5분’ 같은 짧은 세션을 전제로 한다.
한 번 플레이에 30분 이상 걸리는 게임은 모바일에서 기피된다. 플레이어는 ‘잠깐 즐김’을 원한다.
하지만 짧은 세션에서 만족감을 주는 것은 어렵다. 깊은 체험, 성취감, 이야기—모두 시간이 걸린다.
그 결과 ‘얕지만 기분 좋은 체험’의 반복으로 설계가 치우치기 쉽다. 이것이 모바일 게임이 ‘비슷한 체험’으로 수렴하는 이유다.
플레이어는 모바일 게임에 ‘복잡한 조작’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체험을 만들기 어렵게 한다.
콘솔 게임에서는 새로운 조작 체험이 혁신을 만든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물리 연산, 『데스 스트랜딩』의 이동 체험, 『SEKIRO』의 패링 시스템—모두 복잡한 조작이 전제다.
모바일에서는 그런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기존 성공 경험을 답습한 설계가 대량 생산된다.
운영형 게임은 출시 시점에 ‘3년 뒤에도 즐길 수 있는 설계’를 요구받는다. 하지만 3년 뒤 시장 환경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기 운영할수록 캐릭터와 아이템은 강해진다. 새 캐릭터는 기존보다 강하지 않으면 가챠가 돌지 않는다.
하지만 파워 인플레가 진행되면 신규 유입과의 격차가 벌어진다. 신규 플레이어는 “지금 시작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느끼고 떠난다.
이 모순을 해소하는 설계는 극도로 어렵다.
출시 시점에 ‘완벽한 게임’을 만들어 버리면 추가 콘텐츠 여지가 사라진다.
레벨 캡, 장비 강도, 스킬 종류—모든 것에 ‘확장 여지’를 남겨야 한다.
하지만 여지를 너무 남기면 출시 시점의 체험이 얇아진다. 플레이어는 ‘미완성’이라 느낀다.
이 균형을 잡는 것이 운영형 게임 디자인의 최대 난제다.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메타’가 생긴다.
“이 조합이 최강”, “이 캐릭터는 약하다”—플레이어 간 정보가 공유되며 최적해가 굳어진다.
하지만 메타가 고정되면 게임은 재미없어진다. 새 캐릭터를 내도 메타에 편입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개발사는 메타를 부수는 밸런스 조정을 반복한다. 하지만 과하면 ‘너프’라 비난받고 불탄다.
이 줄타기를 몇 년이나 계속해야 한다.
제6장에서 말했듯 시장은 ‘0→1’이 아니라 ‘1→1.5’의 시대다.
하지만 이 ‘1.5보 앞’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경영진은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 한다. “이 기획은 ○○와 비슷하니 안전하다” 같은 판단을 한다.
하지만 기존 타이틀의 모방은 플레이어에게 들킨다. “○○의 표절”이라며 묻힌다.
그렇다고 혁신적인 기획은 “이해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재미있나?” 의심받고 예산이 내려오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새로움’을 원한다. 동시에 ‘익숙한 체험’도 원한다.
이 모순적 니즈에 답하는 것이 ‘1.5보 앞’이다.
하지만 1.5보를 어떻게 재는가? 누구도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 결과 많은 기획은 ‘0.3보’에 머물러 묻힌다. 혹은 ‘3보 앞’을 노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업계 전체가 게임 디자인의 어려움을 가볍게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팔린다”—이 단순한 믿음이 많은 실패를 낳는다.
재미란 무엇인가? 어떻게 질리지 않게 설계할 수 있는가? 모바일 제약 속에서 어떻게 혁신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들에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러니 다음 장 이후에 말할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게임 디자인의 어려움을 전제로 조직·프로세스·결재권을 바꾸지 않으면 운영형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장르든 ‘재미의 핵(코어 루프)’이 정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현장은 그것을 기다릴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직·예산·경영이 ‘멈춤’을 허락하지 않는 구조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직 재미없지만 멈출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많은 프로젝트는 외부 파트너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부 파트너의 다수는 “이 사양은 붕괴되어 있다”는 걸 알아도 말하기 어렵다. 개발이 멈추면 대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 모두가 모두 입을 다무는 것은 아니다.
“재설계하고 싶다”고 하면 ‘지연’ 취급이 되고 평가도 떨어진다. 개발 중지는 지급하지 않는 계약인 경우도 있다. 이런 제약이 있으면 외부 입장에서는 솔직히 멈출 이점이 거의 없다.
“그딴 생각이면 당장 접어!”라며 분노하는 프로듀서도 있지만, 개발 측도 사정이 어려우면 일단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환경이 되면 누구도 진심을 말하지 못한 채, 가짜 출시일까지 ‘완성’되어 간다.
원래 좋은 루프는 이론이 아니라 ‘손맛’에서 찾는다. “만져서 재미있는가”가 가장 중요하지만, 수정과 궤도 수정 없이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 없고 기한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재미가 기한대로 술술 완성된다면 고생할 일이 없다. 하지만 당연히 예산이 있으면 계획이 있고, 계획이 있으면 기한이 있다. 조금의 연기는 가능해도, 멈추거나 다시 만들어 테스트할 시간을 주는 경우는 적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UI나 시나리오가 동시 진행되며 시행착오 시간이 빼앗긴다. 그리고 ‘깔끔한 미완성품’이 양산된다.
한편, 히트 확률이 높은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
예를 들어 Cygames는 “재미가 확정될 때까지 본 제작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고 들었다. 코어 엔진이 완성될 때까지 차체를 만들지 않는다. 이 여유를 철저히 확보할 수 있는 회사는 강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멈추면 자금이 바닥난다는 현실이 있다. 여기서 ‘구조적 격차’가 생긴다.
많은 기업은 예산과 납기가 엄수되어 코어 루프가 완성될 때까지의 여유가 없다. 이것이 상업적 실패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기획·개발·경영·외주—모두가 ‘멈출 수 없는’ 구조를 가진 프로젝트는 요즘 세상에서는 어느 쪽으로 가도 실패할 가능성이 엄청나게 높다. 성공 사례를 거의 모른다.
이 구조적 결함을 해소할 수 있느냐가 운영형 게임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분수령일지도 모른다.
코어 루프가 정해지기 전에 달리기 시작하는 배경에는 또 하나 큰 구조적 요인이 있다. 그것이 ‘멈출 수 없는 팀 구조’다.
개발 현장에서는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평가’가 되며, 멈추는 것은 ‘악’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서 ‘진행’과 ‘성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달에 기획팀이 “이건 재미없다”고 깨달아도 UI팀, 사운드, 시나리오, 마케팅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 멈추려면 모두 되감아야 한다. 누구도 그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일단 예정대로 진행하자”, “출시 후 개선하면 된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하지만 출시 후 재미있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초동에서 ‘재미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유저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마케팅으로 회복할 수 없다. 멈추지 않은 것이 나중에 몇 배의 손실이 된다.
많은 프로젝트에는 의사결정자가 없다. “누가 멈추는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 결과 누구도 멈추지 않은 채 돌진한다. “진행=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조직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이것이 졸작이 양산되는 진짜 이유다.
현장에는 진척 보고 회의는 자주 열린다. 하지만 ‘정말 계속해야 하는가’를 판단하는 회의는 없다.
“개발률 80%입니다”, “출시까지 3개월 남았습니다.”
이런 보고가 이어지지만 “80% 진행됐지만 재미없다”고 말할 공기가 없다. 누구도 “멈추자”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멈추지 않은 채 완성돼 버린다.
운영형 게임의 현실은 잔혹하다. 유저는 기본적으로 ‘줄어들기만’ 한다. 그 전제를 무시한 운영 설계는 반드시 붕괴한다.
많은 운영팀은 “화려하게=성장”이라 오해한다. 하지만 화려해질수록 운영 비용은 늘고 업데이트 속도는 떨어지며 수명은 짧아진다.
예를 들어 대규모 타이틀의 경우 매월 랭킹(이벤트) 비용은 인건비로 계산하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달 제작비가 수천만 엔~가 되는 경우도 많고, 연간 수억 엔 이상의 고정비가 된다. 이것이 ‘연명책’이 아니라 ‘자살 코스’가 된다.
리치화는 유저 만족도를 일시적으로 올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업데이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는 피로 구조를 만든다.
『Vampire Survivors』는 단 한 명의 개발자가 만든 도트 게임이다. 하지만 그 ‘루프의 쾌감’으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다. 반대로 수십억 엔을 들인 대작이 몇 달 만에 서비스 종료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재미는 ‘화려함’이 아니라 ‘반복의 쾌감 구조’에 깃든다. 그 설계를 경시하는 순간 어떤 예산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문제는 현장이 이를 이해해도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멈추면 다음 일이 없어진다. 외주·계약직은 계약 종료. 정규직은 평가가 내려간다. 누구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재미없다는 걸 알아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깔끔한 졸작’이 탄생한다.
소셜 게임의 여명기는 ‘0→1’의 시대였다. 새로운 체험을 만들면 그것만으로 시장이 움직였다. 가챠, 협력전, 스태미나, 방치—모두가 ‘새로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플레이어의 체험 기대치는 포화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5보 앞의 체험’이다.
○○를 따라 한 모바일 게임 다수는 겉모습만 따라 하고 체험의 핵심을 재현하지 못한다. “탐색의 쾌감”, “템포”, “조작감”—모두 0.3보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묻혔다.
“잘 팔리는 것을 따라 하면 안전”한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반대다. 잘 팔리는 것을 따라 하는 순간 다른 100개 회사와 같은 링에 오른다. ‘비슷함’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
FGO가 유행했을 때 FGO 모티프 게임이 얼마나 나왔는가 싶을 정도로 개발됐지만, 그 대부분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data.ai 데이터를 보면 매달 수백 개의 신작이 출시된다. 하지만 App Store나 Google Play 상위 100위를 보면 알 수 있듯, 대부분은 기존 타이틀이 차지한다.
신규 타이틀이 랭크인하는 것은 대기업의 대형 IP 타이틀이나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한 타이틀로 제한된다. 중소기업의 신작이 파고들 틈은 거의 없다.
즉 시장은 ‘수가 너무 많아 차별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 빠졌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도 플레이어에게 ‘발견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면 ‘1.5보 앞의 체험’을 제공하면 이길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애초에 새 게임을 시작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운영형 게임이 신규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개발 측 문제만이 아니다. 플레이어 측에도 구조적 장벽이 있다.
그것이 ‘기존 게임에 대한 매몰비용(선크 코스트)’이다.
플레이어는 기존 게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쌓아온 것’이 클수록 새 게임으로 옮길 심리적 허들은 높아진다.
“이제 와서 1부터 다시?” “지금까지 과금이 헛되잖아”—이런 감정이 신규 타이틀로의 이동을 막는다.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 효과’ 그 자체다. 사람은 이미 투자한 것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동한다. 그리고 운영형 게임은 이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설계돼 있다.
더욱이 운영형 게임은 의도적으로 ‘그만두기 어려운 구조’를 내장한다.
이들은 플레이어를 ‘지속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신규 게임이 끼어들 틈을 빼앗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물리적으로 여러 게임을 동시에 깊게 계속 즐길 수 없다. 데일리 미션만으로도 하루 30분~1시간. 이벤트 기간에는 더 많은 시간이 든다.
기존 게임이 플레이어 시간을 점유하는 한, 신작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플레이어의 가처분 시간은 늘지 않는다. 오히려 일, SNS, YouTube, Netflix, TikTok 등 즐길 거리는 계속 늘어난다.
많은 플레이어는 이미 12개의 운영형 게임을 병행한다. 거기에 데일리 미션과 이벤트 주기가 들어가 있으면 **매일 12시간은 기존 게임에 묶인다.**
신작 게임은 이 ‘이미 꽉 찬 시간’을 빼앗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게임을 그만두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플레이어는 ‘손실회피 편향’이 강하게 작동해 “쌓아온 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신규 타이틀이 성공하려면 다음 중 하나를 달성해야 한다.
기존 게임에서 완전히 이동시키기 — 극도로 어렵다
기존 게임과 병행 플레이시키기 — 시간 쟁탈의 소모전
어느 쪽도 가시밭길이다.
특히 원신 이후 ‘리치화’가 진행된 지금, 1타이틀당 요구 플레이 시간이 늘었다. 원신이나 블루 아카이브 같은 타이틀은 하루 플레이 시간만으로도 상당한 양을 요구한다. 플레이어는 물리적으로 3개, 4개를 병행할 수 없다.
그 결과 **신규 타이틀은 ‘기존 게임을 그만두게 만드는 전쟁’**을 강요받는다.
대기업이라면 대규모 마케팅이나 IP 파워로 ‘강제로 화제를 만들고 기존 게임에서 잠시 떼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그 힘이 없다.
광고비로 설치를 시켜도 플레이어는 ‘기존 게임으로 돌아간다’. 첫 실행 이후 이탈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이 구조가 원인이다.
튜토리얼이 끝난 뒤 플레이어는 기존 게임의 데일리 미션을 처리하러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재미 이전에 **‘기존 게임을 그만둘 만큼 플레이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신작은 살아남을 수 없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플레이어의 약 70%가 “이미 플레이 중인 게임이 있어서 새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게다가 신작을 설치해도 1주 내 80% 이상이 이탈한다. 그 이유의 다수가 “시간이 없다”, “이미 하는 게임이 있다”다.
즉 플레이어는 새 게임을 원하지 않는다. 기존 게임으로 만족한다.
개발 측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도 플레이어의 시간과 돈은 기존 게임에 고정돼 있다. 이 벽을 돌파하지 못하는 한, 신작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 구조를 돌파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초단시간 세션 설계: 기존 게임과 경쟁하지 않는 ‘틈새 시간’을 노린다. 1회 플레이가 5분 이내로 끝나고 데일리 미션도 없는 설계.
완전 패키지형(구매완료) 모델: 매몰비용을 만들지 않고 ‘끝이 있는 체험’을 제공한다. 운영형이 아니라 패키지형으로 회귀해 기존 게임과의 경쟁을 피한다.
기존 게임과의 차별화: ‘같은 장르’를 피하고 전혀 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운영형 게임이 제공하지 않는 체험—예: 스토리 중시, 크리에이티브 툴, 사회 실험적 요소 등.
커뮤니티 불요 설계: 솔로로도 완결되고 “그만둬도 누구에게도 민폐가 없는” 구조. 친구 시스템이나 길드 요소를 배제해 매몰비용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운영형 게임의 상식’을 뒤엎는 것들이다.
매몰비용의 벽은 플레이어 측에 있는 이상, 개발 측이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현실을 무시한 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면 이긴다”고 믿는 것은 이제 환상에 가깝다.
운영형 모바일 게임의 수익 구조에는 또 하나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개발비나 광고비는 가시화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매출의 대부분이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사라진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이익이 남지 않는 것은 이 구조 때문이다.
App Store와 Google Play는 앱 내 결제에 대해 10~30%의 수수료를 징수한다. 이 수수료의 높이는 중소기업에 치명적 부담이다.
여기에 결제 대행 수수료, 서버 비용, 고객지원 비용 등이 더해진다. 이를 합치면 매출의 35~40%가 ‘플랫폼 비용’으로 사라진다.
다음은 집객 비용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오가닉 유입(자연 다운로드)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신규 유저를 얻으려면 광고를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광고비는 해마다 오른다.
즉 과금 유저 1명을 얻기 위해 광고비로 1만 엔 이상이 든다.
그 유저가 평생 1만 엔 이상 결제해 주지 않으면 적자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결제하지 않는다. 결제율은 평균 5% 이하. 게다가 과금 유저의 평균 LTV(생애가치)는 1만 엔 전후.
광고비 > LTV
이 구조에 빠지는 순간 게임은 ‘집객할수록 적자’가 된다.
유명 IP를 쓰면 IP 사용료가 발생한다.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매출의 ○%’ 또는 ‘최저 보증금+매출의 ○%’ 형태다.
예를 들어 매출의 10%를 IP 사용료로 내는 계약이라면, 월매출 1억 엔 중 1,000만 엔이 IP 사용료로 사라진다.
플랫폼 수수료 30%, IP 사용료 10%. 이 시점에서 매출의 40%가 사라진다.
또 운영에 드는 고정비가 있다.
이를 합치면 월 고정비는 5,000만~1억 엔 규모가 된다.
정리하면 월매출 1억 엔 게임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다.
영업이익률은 고작 10%. 게다가 이는 개발비 회수 전 숫자다.
개발에 2억 엔이 들었다면 20개월 운영해야 회수된다. 하지만 많은 게임은 20개월을 버티지 못한다.
월매출 1억 엔이어도 이익은 거의 남지 않는다.
이것이 운영형 모바일 게임의 현실이다.
대기업은 여러 타이틀을 운영하며 히트작으로 다른 타이틀의 적자를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여유가 없다.
1개 타이틀이 실패하면 회사가 흔들린다. 2개 연속 실패하면 도산한다.
게다가 플랫폼 수수료도 광고비도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일률적이다. 즉 중소기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강요받는다.
이 구조를 돌파하려면 다음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플랫폼 의존을 줄인다: 자사 사이트에서 PC판 출시, Steam 등 다른 플랫폼 전개.
광고 의존을 줄인다: 입소문 전략, 인플루언서 기용 등으로 오가닉 유입 확대.
IP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오리지널 IP 개발 또는 휴면/마이너 IP 활용.
운영비를 낮춘다: 리치화를 피하고 경량 업데이트 설계로.
하지만 이들 모두 ‘업계 상식’을 뒤엎는 것들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이익을 갉아먹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운영형 모바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또 하나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것이 ‘사행성 의존 모델’이다.
이 구조는 사실 파친코 업계와 매우 유사하다.
모바일 게임의 주요 수익원은 ‘가챠’다.
가챠는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얻는 구조다. 플레이어는 ‘당첨’을 뽑기 위해 여러 번 결제한다.
심리학적으로는 ‘변동비율 강화 스케줄’이라 불린다. 도박 중독을 유발하기 쉬운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다.
파친코도 완전히 같은 구조다.
운영형 게임의 수익 구조를 보면 매출 대부분은 극소수 유저에게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과금 유저는 전체의 5% 이하. 그중 매출 50% 이상을 만드는 ‘헤비 과금(폐과금) 유저’는 전체의 1~2% 이하.
극단적으로 말해 99%의 무·소과금 유저와 1%의 헤비 과금 유저로 성립한다.
이 구조는 파친코 업계와 닮았다. 파친코 홀 매출도 단골의 ‘헤비 과금’으로 유지된다.
이 구조에는 큰 리스크가 있다. 그것이 법규제 강화다.
파친코 업계는 수십 년 동안 규제 강화를 받아 왔다. 출옥(출구) 규제, 환전 규제, 광고 규제—모두 사행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모바일 게임 업계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일본에서도 앞으로 추가 규제가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 구조적 리스크를 피하려면 사행성 의존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같은 과금 설계가 가능하다.
구독형: 월정액으로 모든 콘텐츠에 접근. 사행성 없고 규제 리스크도 낮다.
배틀패스형: 일정 기간 내 미션을 클리어해 보상을 얻는다. 사행성은 낮지만 지속 수익을 확보한다.
패키지형+DL C: 본편을 구매완료로 판매하고 추가 콘텐츠를 DLC로 판매. 사행성 0.
광고 모델: 무과금으로 즐기되 광고 시청으로 보상. 하이퍼캐주얼에서 주류.
하지만 이들 모델은 가챠만큼 고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챠가 가장 효율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구독형은 월 1,000엔 정도밖에 못 받는다. 하지만 가챠라면 일부 유저가 월 10만 엔 이상 결제한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챠를 버리는 것이 ‘수익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행성 의존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친코 업계는 규제 강화로 쇠퇴 일로에 있다. 홀 수는 줄고 플레이어 인구도 계속 감소한다.
모바일 게임 업계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수익 구조가 무너진다. 신규 진입도 더 어려워지고 시장 전체가 축소한다.
사행성 의존 모델에 계속 기대는 한 업계 전체는 점점 가늘어진다.
이상론이 아니라 여기서부터는 ‘현실’을 직시하고 싶다. 중견·중소기업이 이 빙하기를 살아남으려면 구조적 제약을 어떻게 다룰지가 핵심이다.
중견 기업은 다음 4가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자금 운용의 한계: 3개월만 늦어져도 자금 쇼트 위험. ‘시험할 여유’가 없다.
인재 유출 리스크: 장기 개발을 견디지 못해 유능한 인력이 떠난다.
경영 판단의 경직화: “진척이 없다=악” 문화가 남아 도전이 봉쇄된다.
플레이어 매몰비용 고착화: 기존 게임에 묶인 플레이어를 빼앗을 수 없다.
이러면 “재미있어질 때까지 기다리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범용적인 IP 콜라보나 기시감 있는 기획으로 시간을 메운다. 그것이 붕괴의 시작이 된다.
“유명 IP를 쓰면 안전”은 환상이다. 오히려 중견 기업일수록 IP 사용이 목을 조인다.
그 결과 무거운 프로젝트를 어정쩡한 체제로 돌리는 지옥 구조가 생긴다.
그럼 중견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리지널 IP에 도전한다: 자유도 100%, 확인 플로 0. 리스크는 크지만 성공하면 리턴도 크다.
휴면 IP/마이너 IP를 노린다: 유연한 협상, 현실적인 기대치. 확인 플로도 가볍고 IP 사용료도 싸다.
대기업과의 공동 창작: 개발 담당에 집중하며 리스크 분산. 대기업의 마케팅 파워 활용.
승산은 “독자 체험을 가볍게·빠르게·싸게 만든다”는 방향에 있다.
여기서부터는 ‘이상’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구조 개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싶다. 이것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며, 실행하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
하지만 내가 겪어 온 실패와 성공 속에서 보인 것은, 조직·개발 프로세스·결재권이라는 3가지 구조를 동시에 바꾸지 않으면 근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전제로, 게임 대부분은 재미를 만들기 위한 인터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뒤 기획을 다듬기 시작하는 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 1: 3인 팀으로 시작한다
대규모 팀에서는 ‘멈출 용기’가 기능하지 않는다. 하지만 3인 팀(기획·디자인·구현)이라면 의사결정이 빠르고 방향 전환도 쉽다.
첫 2~4개월은 이 소규모 팀으로 ‘10분 즐길 수 있는 시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여기서 재미의 핵을 찾지 못하면 인원을 모아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2: 외주를 ‘공동 창작자’로 만든다
그들을 ‘납품자’로 취급하면 진심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 창작자’로 대하고 의견에 대가를 지불하면(예: 1~3만 엔) 사양 모순을 지적해 준다.
이 소액의 보상금이 나중에 수천만 엔의 낭비를 막는다. 내가 본 실패 프로젝트 대부분은 외주가 ‘이상하다’고 알아도 말하지 못한 케이스였다.
외부 인력을 단순 도급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을 없애는 것이 프로젝트 성패를 가른다.
아이디어 3: 탐색 예산을 고정한다
연간 예산의 5~10%를 ‘탐색 예산’으로 고정한다. 많은 기업이 “시험할 여유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험할 구조가 없다”는 경우가 많다.
탐색 예산이 있으면 2주에 1개 페이스로 소규모 프로토타입을 시험 제작할 수 있다. 성과 지표는 ‘완성’이 아니라 ‘학습’이다. “이 장르는 3명으로 만들 수 없다”라는 실패도 훌륭한 학습이 된다.
아이디어 1: ‘10분 플레이 테스트’를 필수로 한다
정말 재미있는 게임은 10분이면 전달된다. 30분 설명이 필요한 게임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월 1회 플레이 리뷰 회의를 설정해 ‘10분 플레이+10분 토론’으로 판단한다. “한 번 더”를 떠올리게 하지 못하는 게임은 거기서 멈춘다. 기준을 명확히 하면 모두가 같은 링에서 논의할 수 있다.
아이디어 2: 단계적 판단 포인트를 둔다
6개월에 1사이클을 돌리고 살아남은 것만 다음 페이즈로 간다. 10개 중 1~2개면 된다. 나머지 8개는 6개월 이내에 멈춘다. 그 판단 속도가 중견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된다.
아이디어 3: 개선 속도를 KPI로 삼는다
본격 개발에 들어간 뒤에는 기존 KPI(DAU, 과금율 등)가 아니라 ‘개선 속도’를 주요 지표로 삼는다.
예를 들어 “유저 이탈 포인트를 특정한 뒤 개선판을 릴리스하기까지 며칠이 걸렸는가?” 이것이 진짜 경쟁력이 된다.
소규모 론치(소프트 론치)를 전제로 하면 ‘완벽’을 목표로 하기보다 ‘빠르게 학습’하는 문화가 자리잡는다. 대기업처럼 풍부한 예산으로 완성도를 높일 여유는 없다. 그렇다면 속도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1: ‘판단 회의’를 제도화한다
현장에는 진척 보고 회의는 많지만 “정말 계속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회의는 없다.
월 1회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판단 회의를 둔다. “80% 진행됐지만 재미없다”고 말할 수 있는 공기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이디어 2: ‘멈출 권한’을 명확히 한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누가 멈추는가?”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프로듀서, 디렉터, 경영진—각자 멈추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4개월 시점 판단 권한은 프로듀서에게 있다” 같은 형태로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
권한이 애매한 채로는 아무도 멈출 수 없다.
아이디어 3: ‘멈춘 판단’을 평가하는 구조를 만든다
“멈추면 평가가 내려간다”는 문화를 명시적으로 폐지한다. 인사 평가와 연결하지 않으면 누구도 진심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기에 멈춘 판단”을 평가해야 한다. 4개월에 멈춘 프로젝트는 수억 엔 손실을 막은 공로로 평가받는다—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구조가 변한다.
중요한 것은 이 3가지를 동시에 바꾸는 것이다.
조직만 바꿔도 개발 프로세스가 구태의연하면 의미 없다. 개발 프로세스만 바꿔도 결재권이 애매하면 아무도 멈출 수 없다. 결재권만 바꿔도 조직이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기능하지 않는다.
이 3개 기둥을 동시에 움직여서야 비로소 ‘천재가 재현되는 구조’가 생긴다.
운영형 게임의 빙하기를 살아남는 열쇠는 천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천재가 재현되는 구조를 먼저 만들고, 그 전제 위에서 팀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재미가 완성되기 위한 여유를 가지고 단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에셋을 본격적으로 만드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외부 인력의 채용,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환경을 없애는 것도 매우 중요하며, 외부를 단순 도급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도 느낀다.
이 글에서 제시한 것은 개발 측 문제만이 아니다.
이들은 개발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구조를 바꿔야 한다.
**· 조직의 설계도를 바꾼다
· 개발 프로세스를 바꾼다
· 결재권과 평가 기준을 바꾼다**
이 3가지를 동시에 움직여서야 비로소 ‘천재가 재현되는 구조’가 생긴다.
게임 업계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프로덕트뿐 아니라 조직의 설계도 그 자체와 인식, 접근 방식을 바꾸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바꾸는 것. 그것이 빙하기 속에서도 상업적 성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