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6주 만에, 아폴로 8호의 충돌로 하늘에 금이 가고 화요일이 사라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도 유머러스한 사건들

**_1969년 3월 14일
워싱턴 D.C._**
리처드 닉슨은 혼란스럽고 화가 나 있었다.
문제가 없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다. 취임한 지 겨우 여섯 주였지만, 대통령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라는 말은 경기 침체라든가, 범죄 증가라든가, 아니면 러시아 놈들 같은 걸 뜻하는 거였다.
그 대신 아폴로 8호는 우주 공간 어딘가의 이상한 유리 같은 것에 부딪혀 추락했고, 하늘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고, 구름은 불길한 무늬를 이루더니, 화요일이 사라져 버렸다.
화요일이 제일 걱정스러웠다. 지난 3주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월요일에 잠들면 수요일에 깨어났다. 모든 것은 멀쩡했다. 공장들은 계속 돌아갔고, 잔디는 깎여 있었고, 기본적인 사무 업무도 어느 정도는 처리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이전 24시간 동안의 기억은 아무에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늘은 금요일이었고, 그 일이 세 번 일어났었다. 대통령은 금요일 밤에 잠들었다가, 금요일 아침에 비서실장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깨어났다. 모두들 지금이 또다시 금요일 아침이라서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거였다.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모조리 없던 일로, 어딘가로 되감기기라고 한 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의 토요일 아침 의식이 금요일 아침의 몸으로 되돌려 보내진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짐작도 하지 못했고, 미국 국민들은 벌써부터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CIA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로즈웰 사건을 기상 관측 기구로 은폐했던 머리 좋은 놈들 있는 부서가 어디냐고 물었고, 지금 벌어지는 이 시간 장난질에 대해 그럴싸한 이야기를 좀 지어내라고 시키라고 했다.
CIA 국장은 흔들림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각하, 로즈웰은 정말로 기상 관측 기구였습니다. 은폐 같은 건 없었습니다. 저희 조직에는 설명 불가능한 사건들을 은폐하는 전담 부서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는 [삐——] 대통령이야, 헬름스!” 닉슨이 고함을 질렀다.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필요는 없다고! 당장 그 은폐 담당 머리 좋은 놈들 데려와!”
“죄송합니다, 각하.”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 부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no such agency).”
“[삐——] [삐——]” 닉슨이 대꾸했다. “꺼져, 이 [삐——] 자식아!”
그 다음에는 NASA와 국방부, 그리고 심지어 [삐——] 국가표준국까지 찾아갔다. 그곳은 시간 측정을 담당하고 있다나 어쨌다나, 하여튼 오늘이 되기 전까지는, 아니 오늘의 전날인 오늘 전에, 아니 어제오늘(yestertoday) 전에, 그런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삐——] 몰랐던 곳이었다. [삐——] [삐——]. 그 어디에서도 [삐——] CIA보다 나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하늘에 난 그 금들에 있었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아폴로 8호는 뭔가 중요한 것에 부딪혔다. NASA의 머리 좋은 놈들은 달 궤도를 둘러싸고 있는, ‘압축된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일종의 ‘흐릿한 껍질(nebulous envelope)’ 같은 걸 가설로 세웠다. 아폴로 8호가 거기에 충돌하면서 ‘진동(oscillation)’이 일어났고, 그 결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누구에게나 보이는, 빛나면서 점점 굵어져 가는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로즈웰을 은폐했다는 그 사람들만 찾아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런 일에는 걔들이 전문가일 텐데.
지난 세 번의 ‘오늘’ 동안, 정확히 오후 7시 38분이 되면 그의 책상 위 붉은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건 두 가지 이유에서 심각한 문제였다.
첫째, 붉은 전화기는 미·소 간 핵 직통전화의 상징이었다. 핵전쟁을 막기 위한 최후 수단의 통신선 말이다.
둘째, 붉은 전화기는 핵 직통전화의 상징물일 뿐이었다. 기자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책상 위에 올려둔 소품이었고, 실제 핵 직통전화는 펜타곤에 있는 크고 험상궂게 생긴 기계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쪽은 사진발이 영 좋지 않았다. 책상 위의 붉은 전화기는 전화선에 연결되어 있지도 않았고, 그가 아는 한 벨도 달려 있지 않았다.
첫 번째 ‘오늘’에 그게 울렸을 때, 그는 거의 3분 동안이나 전화기를 노려보다가, 결국 멍하니 수화기를 들었다. 저쪽에서 뭐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짜 핵 직통전화를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은 아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오늘’에는, 혹시 또 같은 시간에 울리지 않을까 수상해서, 그는 통역관을 집무실로 불렀다. 오후 7시 38분이 되자 통역관이 수화기를 들었다. “알로?”라고 말한 뒤, 점점 더 난처한 표정을 지어 갔다. “이건 러시아어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이어서, “제가 아는 언어 중 어느 쪽과도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이건 실제 언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몇 시간 뒤 국무부에서 분석 보고서가 올라왔는데, 그 ‘언어’라는 것이 16세기 유럽 여러 나라 수도의 이름들을 무작위로 조합해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이었다.
오늘 지금 이 ‘오늘’에는, 닉슨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집무실에 앉아 일을 보고 있었다. 그는 기상국에서 온 한 남자와 면담 중이었고, 그 남자는 구름들이 불길한 무늬를 이루고 있다고 보고하고 싶어 했다. 닉슨은 믿지 않았다.
“나는 미국의 [삐——] 대통령이야.” 그가 그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삐——] 직접 콜드 프론트인지 웜 프론트인지 알려 줘야겠어?”
그러자 그 남자는 정말로 불길한 무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로키 산맥 쪽에서 큰 뇌우들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둥근 모루 구름 모양의 높은 꼭대기도 같이 발달하고 있었고, 그것도 이 시기 변동 범위 안이었다. 하지만 그 꼭대기들이 돔이고 첨탑이고 플라잉 버트레스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범위를 벗어났다. 그리고 도플러 레이더 해상도가 충분히 좋지는 않아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플라잉 버트레스들 중 몇몇은 가고일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닉슨이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남자는 멕시코 만에서 5등급 허리케인이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 3월인데, 이런 건 7월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뭔가 정말로 잘못되고 있다는 거였다…
바로 그때, 오후 7시 38분, 붉은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받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최소한 다르게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받기로 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완벽한 영어를 하고 있었다.
“닉슨 대통령,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천사 우리엘입니다. 최근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우주의 기계장치가 심각하게 손상되었습니다. 저는 그 여파를 억제하려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제가 대체로 비유적 존재(메타포)에 머물러 있어 힘이 제한적입니다. 모두에게 제가 이 불편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불편을 겪으신 데 대한 보상으로, 저는 모든 인간에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게.” 닉슨이 말했다. “잠깐만, 이 [삐——] 같은 말을 좀 멈춰 보라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상국장은 대통령이 기자들 상대로 쓰는 소품인 붉은 장난감 전화기에 대고 고함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전화기는 눈에 보기에도 어떤 전화선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관료가 말했다.
닉슨 대통령은 집무실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웨스트 윙과 백악관 본관을 잇는 복도를 따라 걸어가, 동관으로 들어섰다. 거기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거대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마룻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피아노 의자에 앉더니, 바흐의 D단조 협주곡 1번을 흠잡을 데 없이 연주했다.
“[삐——].” 대통령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