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ko생성일: 2025. 6. 19.갱신일: 2025. 6. 19.

『언송(UNSONG)』의 서문. 1968년 아폴로 8호와 함께 불길한 징조들이 넘쳐나던 시기를 다루며, 세계관을 암시한다.

서문

UN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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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1: 알레프 심볼과 UNSONG 타이틀

서문

2015년 12월 28일 3:08 am | by Scott Alexander

I.

뒤돌아보면, 징조와 흉조들이 있었다.

(“달 일출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윌리엄 앤더스가 말했다. “지구에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아폴로 8호의 승무원들이 메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강이 언덕을 타고 올라갔고, 밤하늘에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 도축된 돼지의 간엔 뚜렷이 "OMEN(징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맑은 날에 번개가 쳤다. 두꺼비가 구름에서 쏟아졌다. 미네소타의 일만 개 호수가 모두 피로 변했다. 과학자들은 “식물성 플랑크톤” 탓이라 했다.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하나님이 그 빛을 보시니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장엄한 금독수리가 교황 바오로 6세가 신도들에게 연설하던 바티칸 발코니 위로 날아왔다. 그 새는 부리로 조심스럽게 교황의 안경을 벗긴 뒤, 왼쪽 눈을 쪼아내고 소름끼치는 괴성 후에 날아갔다.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고 짐 러벨이 말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 날이더라.”)

수백 마일 내륙에서 길 잃은 고래가 발견되었다. 네 개의 눈을 가진 아기가 태어났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물 가운데 궁창이 있어 물과 물로 나뉘게 하라 하시니라.”)

"OMEN"이 적힌 종이들이 구름에서 쏟아졌다. 밤하늘에 길 잃은 고래가 목격됐다. 방치된 아기들은 느리지만 분명히 언덕을 굴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궁창을 만드사 궁창 아래의 물과 위의 물로 나누시니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둘째 날이더라.”)

네 눈을 가진 아기 눈 중 하나가, 독수리에 쪼여 사라진 교황 바오로 6세의 왼쪽 눈임이 밝혀졌다. 네 번째 눈의 내력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하늘 아래의 물이 한 곳에 모이고 땅이 드러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고 프랭크 보먼이 말했다.)

매우 정밀한 번개가 소노라 사막의 붉은 모래에 "OMEN"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과학자들은 역시 “식물성 플랑크톤” 탓이라 했다.

("하나님이 마른 땅을 땅이라 부르시고, 물이 모인 곳을 바다라 부르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뉴욕 증권거래소는 열한 날 연속 완벽한 정수 단위만큼 상승했다. 어느 산부인과 의사는 태아의 발차기를 모스 부호로 해독했더니 이루 말할 수 없고 소름 끼치는 메시지라며 논문을 발표했다.

(“아폴로 8호의 승무원들은 이만 인사드리며, 좋은 밤, 행운을, 즐거운 크리스마스,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두에게 축복을 – ” [갑작스런 잡음, 이어지는 침묵])

II.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꼽으라면, 1968년 12월 24일을 고르겠다.

1968년은 산산이 부서진 꿈의 해였다. 4월에는 마틴 루터 킹이, 6월에는 민주당의 골든보이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했다. 8월에는 소련 탱크가 프라하의 봄을 짓밟았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의 불꽃이 하나씩, 꼬박꼬박 꺼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인들은 텔레비전을 켜고 한 우주선이 달을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12월 22일, 우주선은 지구에 생중계를 보내, 인류 사상 최초로 다른 천체를 도는 이들이 되었음을 알렸다. 통신 문제로 방송은 17분밖에 못 했으나, 우주인들은 달 궤도에서 다시 중계하겠다 약속했다.

12월 24일, 인류 역사상 그 전후로도 최대인 10억 명이 아폴로 8호의 짧은 생중계를 지켜봤다. 우주인들은 며칠의 복잡한 계산과 위기를 겪어 반쯤 졸았지만, 목소리는 잡음 속에서도 강렬하고 또렷했다. Borman 사령관은 두 명의 동료를 소개했고, 그들은 가까이서 본 달을 전했다. “광대하고, 외롭고, 음침한 무(無)의 평야”, “매우 불길한 지평선, 어둡고 유쾌하지 않은 곳”이라고. 이어, 멀리서 본 지구도 말했다. “우주 대광야 속의 푸른 오아시스.”

달 일출까지 2분 남기고 연결이 끊긴다. NASA의 유일한 지령은 "적절한 무언가를 하라"였다.

"태초에," 빌 앤더스가 읽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리고 땅은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단 2분 동안, 10억이 듣는 가운데 세 우주비행사는 달 표면에서 160킬로미터 상공, 작은 금속 깡통 속에서 창세기를 읽었다.

그러곤, 그들은 문장 중간에, 세계를 감싼 수정 구체에 충돌했다. 왜냐하면 하늘과 땅에는, 대다수 철학자들이 꿈꾸던 것보다 훨씬 더 적은 것만이 존재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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