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법의 숨겨진 시한폭탄, 대규모 테크 해고 사태를 부채질하다

ko생성일: 2025. 6. 7.갱신일: 2025. 6. 15.

2017년 세법 개정에 숨어 있던 조항이 수십만 고임금 테크 일자리의 대대적 해고를 촉진한 과정을 파헤친다. 늦게 드러난 섹션 174의 개정이 미국 테크 산업과 그 너머에서 어떤 충격을 불러왔는지 분석한다.

지난 2년간, 미국 테크 업계엔 마치 기계 속 유령처럼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변화가 감돌고 있었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한 세법 개정이 미국 회사의 연구개발 투자 구조를 조용히 뒤바꿨다. CFO나 회계 전문가을 제외하곤 이 변화조차 몰랐다. 한 테크 스타트업 COO는 "이런 세금 공제 업무를 하는데도, 이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고 Quartz에 밝혔다.

사실상, 수십 년 묵은 세법 조항에 2017년 묻혀 들어간 이 변화는 수십만 건의 고임금, 전문직 일자리 상실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 공시자료, 재무 데이터, 시점 분석, 내부자 인터뷰를 종합하면 이러한 그림이 그려진다. 한 테크 회사 내근 회계사는 이 사안을 "매우 한정적이지만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이슈"로 표현했다. 인터뷰에 응한 벤처 투자자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 익명을 요구한 이도 많았다.

업계 집계에 따르면 2023년 초 이후로 50만 명 이상의 테크 노동자가 해고됐다. 언론 헤드라인엔 팬데믹 시기의 과도 채용, 최근에는 AI 등이 언급된다. 하지만 수면 아래엔 숨겨진 가속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섹션 174라는 세법 조항의 변화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같은 거대 테크기업부터 소규모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까지 사내 소프트웨어·제품 개발팀을 무너뜨린 결정적 원인이다.

이제 초당적 움직임으로 섹션 174의 개정을 철회하려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 중이지만, 더 큰 의문이 쏟아진다. 세법 한 줄이 어떻게 대량 해고 쓰나미를 촉발했나? 왜 아무도 이걸 예측하지 못했나?

세금 공제가 만든 미국 테크 황금기

약 70년간, 미국 기업들은 R&D 비용을 쓴 즉시 100% 공제받을 수 있었다. 급여, 소프트웨어, 외주, 제품 개발에 들어간 돈이면 어떤 항목이든 기업의 과세소득에서 통째로 빠졌다.

이 공제는 1954년 세법 섹션 174에 보장된 것으로, 미국 R&D의 성장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75년 창업. 애플은 1976년 첫 컴퓨터 출시. 구글은 1998년 법인화. 페이스북은 2006년 대중 공개. 이들 세계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모두가, 바로 이 세제 환경에서 초기 투자와 개발에 올인할 수 있었다. 세금은 "지금 만드는 것"을 우대했다.

스마트폰, 클라우드, 모바일 앱의 부상 또한 R&D에 돈을 쓰면 즉시 비용 처리할 수 있는 미국에서 펼쳐졌다. 혁신과 모험이 세법에 보조금 받는다는 기본 인식은 창업자 마인드와 투자 관행까지 규정했다.

그 결과,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의 개발업무를 미국에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OS는 워싱턴주, 애플의 초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팀은 캘리포니아, 구글 검색엔진은 스탠퍼드와 마운틴뷰에서, 페이스북은 멘로파크에서 완성했다. 공제가 'R&D는 국산'이란 동기를 줬다.

그래서 섹션 174 이슈는 미국 정치 담론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일자리를 미국에!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반대로, 정작 그때의 세법은 미국 일자리와 투자 유인을 약화시켰다.

유인 구조의 해체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춘 트럼프 1기 최대 입법 성과인 ‘감세 및 일자리법’(TCJA)이 통과됐다. 정부 수입상 거대한 손실이었다.

예산 규정상, 세수 감소분을 채워야 했던 의회는 미래형 증세 규정을 도입했다. 당장 사업자 반발도 없고, 나중에 조용히 철회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이렇게 R&D 즉시 공제를 5~15년에 나눠 분할 공제(의무상각)로 바꾼 섹션 174 변경은 2022년에야 시행됐다. 당시엔 예산 영향이 없으니, TCJA의 10년 적자중립 평가에 맞출 수 있었다.

이는 기술적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전술이었다. 세법의 전형적 편법으로, 단계적 도입과 지연발동 조항은 의회예산처(CBO) 채점 방식의 맹점을 활용하는 장치였다.

예정대로 2022년 효과가 시작됐다. 2023년 초, 기업들은 새로운 규정하에 세금 신고를 했다. 이젠 R&D 비용, 즉 엔지니어·제품·프로젝트매니저·데이터사이언티스트와 심지어 UX·마케팅 일부까지도 1회성 전액 공제가 아니라 장기로 나눠서만 공제할 수 있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 100% 공제가 20% 공제로 줄어든 셈이라면? 특히 투자 유치나 흑자 전환이 안된 스타트업엔 심각한 세부담이 닥쳤다. 금리가 치솟고 벤처 자금줄은 마를 때였다.

샌프란시스코 세일즈포스 본사

사진: Jason Henry/Bloomberg (Getty Images)

해고의 시작

메타가 '효율성의 해' 선언을 섹션 174 변경 직후 발표한 건 우연이 아니다. 2023년 1월 수익이 좋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10,000명을 내보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동기간 12,000명 감원했다.

아마존은(AMZN) 거의 3만 명을 잘랐고, 감원 대상은 물류뿐 아니라 알렉사와 내부 클라우드 툴 등, 기존에 즉시 R&D 공제가 가능했던 사업에 집중됐다. 세일즈포스(CRM)는 직원의 10%인 8,000명 감원과 함께 제품팀 전체를 해체했다.

겉으론 구조조정과 AI 때문이라 핑계를 댔지만, 비공개적으로는 스프레드시트가 진실을 말해줬다. 10-K 보고서 속 경영진 분석(MD&A)에서는 공제변경이 기록됐다. R&D 비용 부담이 커졌고, 전체 테크업계에서 핵심 R&D 지출인 인건비가 쉽게 손댈 수 있는 영역이 됐다.

2023년 메타 연차보고서에는 급여가 가장 큰 R&D 비용임이 명시돼 있다. 섹션 174 적용 2년간 메타는 인력의 25%를 감축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7% 줄이면서 엔지니어 등 개발직군에서 집중적으로 감원했다.

빅테크만이 피해자는 아니었다. 트윌리오(TWLO)는 2023년 한 해 22% 감원했고, 쇼피파이(SHOP)는(캐나다 본사이나 R&D 다수가 미국) 2022~2023년 거의 30% 감원했다. 코인베이스(COIN)는 36%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 법 개정은 미국 성장엔진의 심장부, 테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시가총액으로 테크는 S&P 500의 "매그니피센트 7"총가치의 3분의 1를 차지한다. 고용도 수백만 명에 달하며, 낙수효과로 수천만 개 일자리에 간접 영향을 준다. GDP 비중으로도, 테크 산업이 약 10%를 담당한다.

테크 해고는 규모뿐 아니라 '비율상'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타 업종은 해고율이 한 자리수였지만, 테크는 60% 폭등했다. 물론 팬데믹 채용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기도 했지만, R&D·제품·엔지니어링 등 공제수혜 부서가 특히 표적이 됐다.

테크 밖에도 치명상

2010년대 내내, 스타트업·D2C·인터넷 기업 다수는 세법상 'R&D 비용=무세'라는 가설에 성장을 걸었다. GAAP 상 손실이 나도, R&D로 공제하며 세금은 거의 0원이 가능했다.

섹션 174 개정이 이 모델을 뿌리째 흔들었다. 장기 상각이 되자마자 보호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적자 상태에서 세법상 이익이 잡히면 허구의 이익에 진짜 세금이 쏟아졌다.

순식간에 한 세대의 디지털 성장 논리가 붕괴했다.

즉, R&D 즉시 공제는 테크업체뿐 아니라, 물류·유통·헬스케어·미디어 등 내재적 개발을 하는 모든 업종의 빠른 성장과 자체 SW 구축, 데이터 기반 혁신에 동기를 줬다. OECD 연구도 즉시 공제가 상각공제보다 더 큰 혁신을 촉진한다고 밝힌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2019년 미국 기업의 R&D 투입은 5,000억달러에 달했고, 이 중 절반은 전통 테크밖 산업에서 나왔다. 미 경제분석국은 이 폭넓은 디지털 경제가 추가 10% GDP를 차지한다고 평가한다.

핵심 테크와 합치면, 섹션 174 변동은 미 전체 경제의 20% 이상을 건드린 셈이다.

즉, 단기간 세수 확보용 정책이 성장 엔진 곳곳에 시한폭탄을 심었다. 실제로 폭탄이 터진 순간, 미국 엔지니어 채용과 자국 기술·디지털 투자 유인이 무너졌다.

미국에서 테크 기업을 만든다는 선택지가 엑셀에서 '비상식'이 됐다.

철회해도 이미 늦었다?

초당적 움직임으로 섹션 174 관련 복구 입법이 추진 중이고, 기업·CFO·벤처계의 로비도 강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론 복잡하다. 구제는 유권자 상당수가 "탐욕"의 상징으로 보는 대기업에 또 다른 감세 특혜를 주는 셈이기 때문. 이미 해고당한 수십만 노동자에겐 늦었기도 하다.

그리고 문제는 빅테크를 넘어선다. 고임금 테크 인력이 사라지면, 점심 주문도, 주택 투어도, 임시 일자리도, 도시 경제와 수많은 직종을 지탱하는 소비도 같이 증발한다. 샌드위치 아티스트, 라이드셰어 기사, 부동산 중개사, PT 강사, 가사도우미까지 테크 축적 도시엔 파장이 깊게 번지고 있다.

이제 워싱턴은 또 다른 트럼프 세법을 앞두고 있으며, 또 복잡한 조항과 지연효과, 소리 없는 재분배가 예고됐다. 그리고 이제야 전문가들은 지난 개정의 실물 충격을 겨우 파악하는 중이다.

세무자문사 KBKG는 "섹션 174 변경은 혁신 투자 기업의 세 부담을 크게 높여 미국의 성장과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이 '원상복구'에 나설지, 아니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할지, 향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