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업자의 씁쓸한 교훈. 2장 – 파워의 부재

ko생성일: 2025. 6. 4.갱신일: 2025. 7. 18.

수직적 AI 제품은 시장 진입이 빨랐지만, 결국 수평적 AI가 대부분의 분야에서 앞서 나갈 것이다. 이 글은 헬머의 7 Powers 관점에서 AI 수직/수평 경쟁의 장기적 승자를 다룬다.

요약:

  • 수평적 AI 제품이 결국 대부분의 수직적 AI 제품을 능가하게 된다. 수직적 AI는 시장에 먼저 진입했지만, 장기적으로 누가 이길 것인가?
  • 전환 비용이 낮다. 수평적 AI는 원격 동료와 비슷할 것이다. 온보딩은 새 직원에게 컴퓨터와 계정을 주듯 단순할 것.
  • 수직적 AI가 해자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다. 헬머의 7가지 파워 어디에서도 이점이 없다.
  • …유일한 예외는 진짜로 독점적이면서 반드시 필요한, 진정한 '코너드 리소스'가 있는 경우. 하지만 이건 드물며, 대다수는 자신이 이를 확보했다고 착각한다. 데이터의 독점성이나 반드시 필요함을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I의 역사는 작은 모델의 한계를 도메인 지식으로 보완하려는 접근보다,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더 범용적인 접근이 결국 이긴다는 명확한 패턴을 보여준다. 1장에서, 세분화된 AI로 수직적 제품을 만들다 결국 더 유연한 해법, 즉 모델이 업데이트될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해법에 밀리는 현상이 반복됨을 살펴봤다. 하지만 성능 우위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 본 장에서는 해밀턴 헬머의 7 Powers 프레임워크로 수직적/수평적 제품의 시장 채택 양상을 분석한다. 수직적 워크플로우로 만들어진 제품은 수평적 대안이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때, 시장 지위를 방어할 전략적 무기가 없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단, 한 가지 중요한 예외가 존재하며, 이는 AI 애플리케이션 창업가에게 분명한 전략적 시사점을 준다.

1장에서 본 것처럼, 더 성능 좋은 모델을 덜 제약적으로 사용하는 쪽이 결국 더 나은 퍼포먼스를 얻는다. 다만, 현재 모델 기반으로 (인간의 편향을 심어 넣어 실수를 줄인) 솔루션이 더 먼저 시장에 나올 격. 여기서는 Figure 1의 녹색 영역(수평적 AI가 더 잘하는 시점)으로 진입했을 때, 수직적 AI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Image 1 Figure 1: 수직/수평 AI 제품의 성능 추이 비교. 전통 소프트웨어 우위, 수직 AI 진입, 수평 AI가 모델 개선으로 앞서나가는 3단계를 그림.

물론 Figure 1은 단순화된 도식이다.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곡선은 달라질 것이다. AI가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문제, 특히 대다수는 너무 어려워 수직적 AI가 성능 한계에 도달하지도 못하며, 이는 Figure 2에 나타난다. 이런 문제는 현재 대부분 스타트업이 도전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AI 잠재시장에서 다수를 차지하지만, 실제 제품 중에서는 소수다.

Image 2 Figure 2: 더 어려운 문제에서는 수직 AI가 결코 성능 한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수평 AI가 모델 개선만으로 모든 영역에서 앞지름.

지금의 제약 기반 방식(figure 1에서 초록선까지 도달하는 문제)에 한정해서, 더 좋은 솔루션이 등장할 때 수직적 AI가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전장의 그림

수직 AI는 오늘날 대부분의 AI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스타트업이 만드는 전형적인 제품이다. 1장에서 자세히 정의했지만, 요약하면 정해진 워크플로로 AI를 제한해 신뢰성을 올리는 방식. 반면, 수평적 AI는 원격근무 동료처럼 될 것이다. ChatGPT가 컴퓨터를 백그라운드에서 조작하며, 기존(비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원하는 작업을 처리한다. 온보딩은 직원처럼 소프트웨어/계정 부여, 자연어로 지시하면 된다. 작업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일부러 제공할 필요도 없다. 알아서 탐색해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수평적 AI는 오픈AI, Anthropic 같은 AI 연구실에서 만들 가능성이 높다. (4장에서 더 논의 예정)

여기서, 원격 동료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인간만큼 똑똑할 필요조차 없다. ASI(초지능)가 아니다. 대부분 작업은 단지 현재 대규모 발견 중인 "코딩 능력"만 있어도 충분하다. 코드를 스스로 작성해야할 때(대체할 소프트웨어가 없을 때)만 자율적으로 개발하면 된다. 이 정도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라 본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지, 언제 그 시점이 올지는 (3장에서) 더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많은 창업자들이 수평적 AI의 등장을 예측하면서도, 자기네 AI 수직 제품이 살아남을 거라 믿는다는 점 자체가 흥미롭다.

나 역시 이에 진 경험이 있다. OpenAI가 2022년 11월 ChatGPT를 내놨을 때, 과학 논문 해설 툴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엔 긴 입력을 처리 못했다(긴 입력은 컴퓨트 비용 때문에 OpenAI가 제한). GPT-3.5 API가 나오자, 입력을 쪼개 여러 API 콜로 해결하는 AcademicGPT라는 수직적 AI 제품을 출시했고, 실제 유료 고객도 생겼다. 하지만 GPT-4가 긴 입력을 직접 지원하면서 내 제품의 숙련된 엔지니어링은 한순간에 쓸모없어졌다. 덜 편향적이고 수평적인 솔루션이, 내가 사람의 편견까지 심어 정교히 만든 해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나만 한 게 아니다. YC의 파트너 제러드도 Lightcone 팟캐스트에서 "초기 LLM 앱들은 거의 다 다음 GPT의 파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물론 그때 만든 앱들은 지금보다 얇은 래퍼 수준이었지만, 오늘의 본격 수직적 AI 제품들도 한두 가지 제약(예: 입력 길이 같은)만 풀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점점 더 나은 모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모든 도메인에서 수평적 체계와 맞붙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해밀턴 헬머의 7 Powers로 분석해, 수직적 AI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짚어보자. 7 Powers는 경쟁력의 지속적 원천 7가지를 정의한다: 스케일 이코노미(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이코노미(네트워크 효과), 카운터 포지셔닝(차별적 포지셔닝), 전환 비용, 브랜드 파워, '코너드 리소스'(필수 독점 자원), 프로세스 파워(조직 역량).


전환 비용(Switching Cost)

고객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때 느끼는 손실, 장벽. 있어야 현재 제공자를 쉽게 떠나지 않음.

통합/UX

수직적 AI 제품의 UI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수평적 AI의 온보딩이 너무 쉬워 큰 장벽이 되긴 어렵다. 그냥 원격 직원 채용하는 경험과 비슷하다. Leopold Aschenbrenner도 이렇게 설명했다 : “드롭-인 원격 근로자는 진짜로 통합이 쉽다. 잘, 그냥 드롭하면 된다. 원격으로 가능한 모든 일을 자동화하는 것.”

게다가, 수평적 동료는 이미 쓰던 수평적 AI 제품(예: ChatGPT)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한 형태가 될 것이다. 대부분이 이미 ChatGPT UI에 익숙하다. 마지막으로, 수평적 AI 제품은 업무 맥락을 여러 작업에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이점까지 있다.

자연어 대화가 가장 뛰어난 UI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니까. 다만, 때로는 컴퓨터식 UI(예, 엑셀같은)이 더 편한 경우가 있다. 이런 곳에서는 기존 소프트웨어를 경유해 수평적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면 된다. 어쩌면 전통 소프트웨어, 자연어 둘 다 최적이 아닌 틈새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런 틈새에서 새 UI 혁신을 이뤘다면, 전환 비용이 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의 강점은 AI가 아니라, 새 UI 자체에 있고, 수평적 AI 역시 비AI UI와 결합해 동일한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세일즈(영업)

이미 사용하던 수평적 제품이 진화한다면, 조달/구매 절차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미 다수 기업이 ChatGPT를 팔레트에 앉혔다.

가격

Claude의 Computer-use 등은 현재 고화질 이미지와 LLM 모델의 반복적 호출로 비용이 높다. 수직적 AI는 입력을 선별해 비용을 낮춘다. 하지만 모델 운영비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AI 연구소들 간 경쟁 덕분에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수평제품으로 여러 수직을 커버하면, 라이선스 비용도 줄어든다.


카운터 포지셔닝(Counter Positioning)

기존 플레이어가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사업 방식. 독특한 시장 위치를 만들어낸다.

수직적 제품이 고객 맞춤화로 차별화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경쟁 제품보다 낫지도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1장에서 이미 살핀 내용이다.

실제로는 오히려 수평적 솔루션이 카운터 포지셔닝 효과를 보인다. 모델이 좋아질수록 자연히 함께 스케일업되는 수평적 해법과 달리, 수직적 제품은 (오래된 워크플로 제약을 계속 지켜야 성능이 처지고, 아니면 새로운 모델을 써서 차별성을 잃는)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직면한다.


스케일 이코노미(Scale Economy)

비즈니스가 확장될수록 단위당 생산비가 내려가는 현상.

스케일의 이점은 양쪽 모두에게 열려 있다. 수직적 AI도 전통 SaaS처럼 확장 가능하다. 하지만 수평 해법 역시 이 장점을 공유하며, 다양한 수직의 사용자군에 연구개발(R&D) 비용을 분산시켜 훨씬 빠른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


네트워크 이코노미(Network Economy)

총 사용자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개별 사용자에게 제품/서비스가 더 가치 있게 됨.

네트워크 효과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 둘 모두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을 발전시킨다. 하지만 수평적 솔루션은 다양한 도메인에서의 데이터로 모델 자체를 계속 개선하는, 폭넓은 피드백 루프를 구축해 각종 작업 품질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린다.


브랜드 파워(Brand Power)

회사 성과와 명성에 기초한 장기 브랜드 인식 및 충성도. 프리미엄 가격도 가능하게 한다.

이 스케일의 기업에게 브랜드 파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Figure 3 참고). 오픈AI나 구글 정도만이 이 영역에 있을 뿐, 수직 AI 스타트업은 해당이 안 된다.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

경쟁자가 일정 기간 내 따라잡기 매우 어려운 조직 운영 및 역량. 주로 복잡한 내부 시스템, 절차, 실행력 등에서 발생.

마찬가지로, 해당 스케일에서는 실현이 어려운 파워다. Figure 3 참조.

Image 3 Figure 3: 비즈니스 성장의 3단계, 각 단계별로 나타나는 파워의 예시.


코너드 리소스(Cornered Resource)

경쟁우위를 만드는 특별한 자산, 예컨대 독점 라이선스, 특허, 독점 데이터 등.

지금까지는 어떤 파워도 수평적 AI 동료와의 경쟁에서 수직 AI에 우위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코너드 리소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말로 드물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코너드 리소스는 수직 AI의 유일한 해자가 될 수 있다. 이 자원은 진짜로 독점적이어야 하고(돈 주고 사올 수 없는 것이어야 함), 그 산업에 반드시 필수적이어야 한다. 즉, 없으면 제품이 죽어도 안 팔릴, 대체 불가능해야 한다. 이런 리소스를 가진 수직 분야는 극소수에 그칠 것. 많은 수직 AI 스타트업들이 독점 데이터로 이 우위를 주장하지만, 실제론 독점도 아니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데이터일 때가 많다. 물론 진짜 독점적 데이터(예: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데이터, 예를 들면 희귀한 사건 때 수집된 데이터 등)가 있다면, 그걸 쥔 한 수평적 AI도 넘보지 못한다.


결론

시장에 더 먼저 진입한 수직적 AI가, 이후 성능적 우위를 가진 수평적 AI와 맞붙게 된 상황을 가정하면, 대다수 수직적 AI 해법은 이렇다 할 해자를 찾기 어렵다. 헬머의 7 Powers를 통해 분석하면, 오직 코너드 리소스만이 수직 AI에게 남은 해자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AI 애플리케이션 창업가는 딴 거 다 제쳐놓고 이 해자를 어떻게 얻을지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4장에서 자세히 다루겠음). 해자를 만들지 못한 수직적 AI들은 결국 수평적 솔루션이 경쟁력을 갖추는 순간 따라잡힐 뿐이다. 나 역시 AcademicGPT에서 이런 패배를 경험했다. 그땐 오직 입력 길이라는 단일 문제만 풀었을 뿐이지만, 앞으로 여러 문제를 동시에 푸는 고도화된 수직 제품마저도 그 운명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단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 큰 가정은 '원격 동료' 수준의 수평적 AI가 곧 온다는 점이다. 3장에서 바로 이 부분—AI 앱계층의 진화 경로, 구체적 예측, 모델 정체/규제/신뢰/경제적 장애물 등 실제적 리스크—등을 다룰 것이다.

이 글에 함께 토론해 준 Axel Backlund님께 감사를 전한다.

최신 글은 X, RSS, Substack에서 만나보세요.